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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예리 Jul 23. 2022

[뉴욕기] 4. 월스트리트에서 발견한 의외의 장소

참고로 나는 무교다. 

뉴욕에 있는 동안 숙소를 세 번 옮겼다. 첫 숙소는 조식이 포함된 곳이었다. 베이글, 와플, 스크램블 에그, 베이컨, 과일 등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나왔다. 첫 날에는 8시 전에 아침을 먹으러 갔다. 나를 제외하고 한 명이 있었다. 맞은 편에 앉은 그는 스타벅스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숙소와 가까운 곳에 스벅이 있긴 했지만 아침부터 참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커피가 마시고 싶었지만 참았다. (다음 날 알게 됐는데 식당 한 켠에서 스벅 커피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것저것 담다 보니 많아졌다. 평소엔 아침을 먹지 않는데 뉴욕에선 달랐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월스트리트로 향했다. 월스트리트에 가보고 싶었다. 전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곳이니까 말이다. 


여행하기 전 열심히 찾아보는 편은 아니다. 예전에는 책까지 사서 보며 준비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찾아보지 않게 됐다. 성격 상 목적지를 정해두면 그 순간부터 여행을 즐기기보다 미션을 수행하는 데 꽂힌다. 다니다 보면 더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곳에 오래 머물고 싶을 수도 있다. 알지 못했던 사실을 현장에서 발견하는 묘미도 있다. 적어도 여행에선 일정을 계획하기보다 가능성을 열어두는 편이 좋다. 


월스트리트에 갈 때도 그냥 갔다. 증권거래소가 있고, 황소 동상이 있다는 정도만 알았다. 

월스트리트다.

걸어가다 보니 트럼프 빌딩을 발견했다. 40 월스트리트에 있는 트럼프 빌딩은 1930년 70층으로 지어진 뉴욕시 대표 건물이라고 한다. 이 정보는 글을 쓰면서 찾아봤다.

트럼프 빌딩을 발견해 신이 났다.

트럼프 빌딩 앞에서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셀카도 찍고, 서로 찍어주기도 했다. 나도 셀카 행렬에 동참했다. 


다음엔 황소 동상에 가기로 했다. 구글맵에서 바로 검색이 됐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되도록 핸드폰을 남에게 맡기지 않으려고 했지만 저기선 괜찮아 보였다. 가족, 커플 단위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황소 동상의 앞 뒤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영상마다 따라다다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요즘에는 새로운 장소를 공개할 때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궁금하다.

돌아다니다가 월스트리트와 어울리지 않는 장소를 발견했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곳에서 고풍스런 교회가 눈에 띄었다. 입장 전 마스크를 끼라고 했다. 백신을 접종했단 증명서도 요구했다(뉴욕에 머무는 동안 백신접종 증명서를 요구한 곳은 이곳이 유일했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했다. 찬찬히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 많은 곳에 있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다른 세상 같았다. 여전히 길거리 공사 소음이 들렸지만 그래도 좋았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우연히 발견한 교회다. 찾아보니 '트리니티 교회'라고 한다.

뉴욕에 가기 전 내 상태는 찰랑찰랑했다. 일상의 권태로움이 찰랑찰랑 한계치에 도달한 느낌이었다. 무언가 소진된 느낌이었다. 그러다 뉴욕에 갔다. 주변 환경이 바뀌자 찰랑찰랑거렸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기 바빴다. 내가 그랬다는 사실은 교회 안에서 생각났다. 장소가 주는 고요함 때문이었을까.

트리니티 교회 내부다.

월스트리트 한복판에 오래된 종교 시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국도 그렇다. 종로에는 조계사가 있고, 강남에는 봉은사가 있다.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회 밖으로 나왔다. 출구는 입구와 다른 쪽으로 나 있었다. 나오자마자 공동묘지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 속에서 보던 광경이었다. 음침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공동묘지를 둘러보고 싶진 않았다. 빠르게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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