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니 다채로운 하루였다
뉴욕 여행 4일 차. 본격적으로 취재 일정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 2022년 6월 19일. 이날은 예정에 없던 일정을 소화했다.
NFT.NYC2022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모임을 갖는다는 소식을 봤다. 어떤 사람들이 행사에 참석하는지 궁금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참석하기로 했다.
오후로 예정된 모임에 가기 앞서 숙소부터 옮겼다. NFT.NYC2022 행사가 진행되는 타임스퀘어 부근으로 숙소를 잡았다.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을 타는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처음보단 수월했다. 두 번째 숙소는 신식이어서 엘리베이터가 빨랐다. 숙소에서 물을 제공하지 않고, 연박을 해도 청소를 해주지 않는다는 점은 첫 번째 숙소와 같았다.
짐을 풀고 센트럴파크로 향했다. 간단하게 먹을 거리를 찾다가 할랄가이즈를 택했다. 모마 근처에는 할랄가이즈 트럭이 여러 대 있는데 그중에서 줄이 가장 긴 곳으로 갔다. 줄은 금방 짧아졌다.
센트럴파크 입구 근처에는 마차가 많았다.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A Rainy day in NewYork)’에서 봤던 그 마차였다. 타볼까 했지만 다음에 오면 동행과 함께 타보기로 했다. 혼자선 쑥스러웠다. 적당한 그늘이 있는 곳을 찾아 앉았다. 할랄가이즈를 펴고 한 숟갈 떴다. 한국에서 먹어봤던 그 맛이었다. 옆 벤치에 앉은 외국인 아주머니 두 분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한 분이 다른 한 분을 위로하고 있었다. 그러다 내 음식을 힐끗 보더니 냄새 난다고 불평했다. 다른 데 가자며 자리를 옮겼다. 당황했다.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불쾌함을 줬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센트럴파크에서 음식을 먹으면 안 되는 건지 걱정됐다. 둘러보니 그건 아니었다. 잠시 쭈구리(?)가 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회복했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어서 조금 먹고 남겼다.
휘적휘적 센트럴파크를 걸었다. 초록색이 좋았다. 싱그러웠다. 햇볕은 따듯했다. 하늘은 파랬다. 그러다 벤치에 앉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이었다.
여유를 즐길 만큼 즐긴 뒤 약속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서 바나나 푸딩도 큰 걸로 하나 샀다.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먹기에 적당해 보였다. 이때만 해도 나는 모임에 소수만 모일 것이라 예상했다.
약속 장소 주소는 Herald tower 25th floor, 50 W 34th ST 였다. 나중에 지나가다 이곳을 알아채면 기분 좋을 것 같아 장소를 적어둔다. 건물 입구에는 이미 한국인이 여럿 모여 있었다. 반가웠다. 통성명을 하면서 조금 들떴다. 오랜만에 기자 페르소나를 장착했다.
안내를 받아 25층으로 올라가니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아파트 퍼블릭 라운지라고 들었는데, 널찍했고 전망이 좋았다. 마천루의 도시 뉴욕에서 높은 곳에 처음 올라와 봤다는 사실을 이내 깨달았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이날 모임에는 자꾸자꾸 사람이 모여들었다. 자기소개 시간을 마치려하면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다. 자기소개만 하다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타국에서 마주하니 한결 가깝게 느껴졌다. 뉴욕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NFT에 대한 관심만으로 쉽게 대화의 물꼬를 텄다.
놀라웠다. 정말 다양한 업계에서 NFT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지난 2021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NFT행사에 참석했을 때 막연하지만 이 시장이 커지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예전과 달리 행사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보며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그리고 약 8개월 뒤 뉴욕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이 있어 자리를 떴다. 이날 저녁은 뉴욕 특파원 선배와 식사가 예정돼 있었다. 거시경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매일 챙겨 읽는 기사 코너가 있다. 암호화폐 이슈를 정리할 때도 꼭 서두에 관련 기사를 언급했는데, 뉴욕에서 드디어 그 코너를 담당하시는 선배를 뵙게 된 것이다. 선배 덕분에 뉴욕에서 처음으로 식사다운 식사를 했다. 뉴욕 타임즈 빌딩 옆에 있는 울프강스테이크하우스에서 먹은 스테이크는 지금도 다시 먹고 싶은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