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

부부가 되자!

by 린꽃

세 달 전 결혼을 한 나는 혼자 살던 자취방의 계약기간이 한 달은 더 남아있어서 아직 살림을 다 합치지 않아

한 시간 거리에 따로 살고 있는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며 주말부부처럼 살고 있는데,

보통은 내가 남편을 보러 주에 한두 번씩 신혼집을 간다.

어느 날 밤에 이브닝 퇴근을 하고 꽁꽁 언 시골길을 한 시간을 달려 남편을 만나러 신혼집에 갔는데,

글쎄 나를 놔두고 한 시간 넘게 게임을 하고 있는 거다.

내가 오기 전부터 이미 세네 시간은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도 내가 와도 게임을 안 끄는 게 너무 싫었다.

평소에도 나는 남편이 게임을 하는 걸 마음에 안 들어해서 남편에게 내내 잔소리를 하곤 했는데 그날은 내가 도착하고 한두 번 얘기해도 "이게 클랜전이라 몇 시까지는 해야 한다.. 지금 끄면 아이템을 못 받는다.." 대략 이런 내가 알 수 없는 말을 뱉으며 난 쳐다도 안 보고 게임을 계속했다.

화가 치밀어서 "나 다시 집에 간다!"

하고 열두 시에 차키를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한밤중에 남편을 보러 한 시간을 좋지도 않은 산길을 운전해 왔는데 쳐다보지도 않으니 괜히 서러운 마음에 눈물까지 나서 진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근데 웬걸, 주차장의 눈들이 빙판이 되어있어 나는 그만 급하게 걷다가 빙판에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꼬리뼈부터 부딪히면서 옆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종아리부터 복숭아뼈까지 긁혀 피가 났다.

28년을 살면서 이제야 깨달았다.

너무 아프면 어떤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걸..

억! 소리만 내고 척추가 너무 아파 이건 정말 큰일이 난 것 같다 생각하고 있을 때 내 뒤로 눈을 밟고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오고 있어 일어나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움직이려니 도저히 움직여지지 않았다.

근데 다행히 그 발소리의 주인공은 남편이었다.

내가 엎어져있는 걸 보고 달려오다가 슬리퍼를 신은 남편도 엎어질 뻔했다.

남편은 나를 부축해서 집으로 데려와서는 다 까진 다리를 드레싱 해줬다.

서툴긴 한데 간호사로 살면서 늘 사람들을 치료를 해주기만 하던 내가 누군가에게 치료를 받는 건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랜만이었다.

상처는 쓰리고 아팠지만 그래도 다치기라도 해서 남편이 나를 신경 써주는 게 좋았고 그제야 게임을 끈 걸 보니 기분이 좀 풀렸다.




남편과는 연애할 때부터 그놈의 "게임" 문제로 줄곧 싸우곤 했는데, 다른 건 그렇다 쳐도 게임과 TV와 웃긴 자료 같은 시시콜콜한 미디어들은 남편에게 버릴 수 없는 카드 같은 거였다.

난 보고 싶은 게 생기면 핸드폰으로 가끔 보고 유튜브는 음악을 틀어놓는 용도라 주로 TV도 잘 안 봐서 내 자취방엔 항상 TV가 없었는데, 남편은 내 자취방에 올 때면 들리는 티브이 소음이 없어 심심하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신혼집에 TV를 사네, 안 사네, 하는 걸로도 의견충돌이 있었었다.

결국 내가 있을 땐 TV를 안 켜겠다고 합의하고 TV를 두긴 했지만.

요즘은 이런 사소한 다름이 느껴질 때마다 큰 벽을 만난 기분이다.




"아! 내가 왜 오빠랑 결혼을 했는지 모르겠어!"

"내가 왜 린꽃이랑 결혼했는지 모르겠어! 내가 뭐에 씌었었나 봐!"

진짜 요즘 서로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곧 화해를 하긴 하지만 신혼에 얼굴만 마주쳐도 싸운다는 게 뭔지 알 정도로 싸운다.

아마 부부라는 게,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맞춰가는 거겠지?

20년 넘게 지금까지의 시간을 따로 산 우리가 정말 가족이 되려면 앞으로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서로를 아끼는 마음은 여전하니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성장할 수 있는 부부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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