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 꽃다발 정기배송
지난달부터 나를 위한 선물로 월 2회 생화 꽃다발 정기배송을 신청했다.
업체에서 랜덤으로 때마다 철인 꽃다발을 보내주는데, 덕분에 우리 집은 봄이 오기 전부터 봄이었다.
꽃이 오기 전부터 이번엔 어떤 꽃이 올지 기대하는 시간도 너무 행복하다.
택배 상자 안 가득한 꽃 향과 함께 예쁘게 싸인 꽃들을 볼 때마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선물을 받는듯하다.
내가 나를 위한 꽃 선물을 하게 된 계기는 앞으로의 내가 ' 오로지 나를 위한 ' 선물을 받을 일은 적어질 거란 걸 깨달았을 때부터였다.
임신을 한 이후에는 지인들이 아기 옷이나 아기 용품을 선물해 줬다.
물론 아기 옷을 받을 때마다 벅찰 만큼 기쁘고 뱃속에 자라고 있는 아기를 상상하며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막상 나를 위한 선물은 아니었던 터라 이제 내 선물을 받을 일은 적어질 거란 걸 알게 된 순간 어딘지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이제 내 삶은 오로지 아기를 위한, 아기가 중심인 삶으로 돌아갈 거란 걸 깨닫고 난 뒤 임신 기간 동안이라도 내가 나를 위한 선물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꽃다발 정기배송이었다.
남편이 종종 꽃이나 식물 선물을 해주면 식물을 돌보거나 매일 꽃의 물을 갈아주고 줄기를 조금씩 다듬으며 꽃향기를 만끽하던 게 내가 좋아하던 일상이었는데 아기가 태어나고 나면 내가 좋아하던 꽃도 더 이상 매일 관리하지 못할 테니 그전이라도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일상을 보내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요즘은 나를 위한 선물일지라도 선물이 예전처럼 기다려지지 않는다.
아마도 직접 주고받는 선물이 아닌 메신저로 받는 선물이기 때문인 것 같다. 기프티콘으로 받는 선물은 직접 보고 전하고 받을 수 없으니 내겐 선물의 의미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생일이면 카카오톡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것도 이미 큰 업무 같은 일이다. 내게 선물을 준 사람에게는 보내야 하니, 매일 아침이면 생일인 친구를 확인하고 일처럼 적당한 선물을 골라 보낸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어도 짧게 몇 줄의 메시지를 써서 덧붙이는 성의도 있어야 한다. 선물 챙기는 일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닐뿐더러 더군다나 결혼을 한 이후엔 직장을 관두다 보니 매달 선물값도 만만치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느덧 선물은 안 받고 안 주는 게 편해졌다. 어릴 때처럼 물욕이 있는 것도 아니라 딱히 갖고 싶은 것도 없었다. 예전에는 나를 위한 선물로 액세서리를 산다거나, 비싸진 않아도 가방을 산다거나 하는식으로 주기적으로 뭔가를 샀던 것 같은데 시골에서 나갈 일이 없으니 내가 예쁘게 꾸며도 보일 곳이 없다는 생각에 요즘엔 쇼핑도 잘하지 않는다. 기껏 사 둔 액세서리들 마저도 시골에 살며 하고 나갈 곳이 없으니 전부 창고에 둔 채다. 결혼 이후엔 생필품이나 계절 옷 말고는 나를 위해 무언가를 산 적도 거의 없었다.
그런 내가 요즘은 나를 위해 주문한 꽃다발에 하루를 조금 더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매일 물을 갈아주며 돌보아 열흘이 더 지나도 여전히 분홍빛으로 만개한 꽃들을 보며 때론 내게 주는 선물도 의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꽃을 볼 때마다 내가 조금씩 피어나는 느낌을 받는다.
살아가며 아주 가끔은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을 하는 마음만으로도 내 마음이 풍요롭게 채워질 수 있다는 걸, 앞으로의 내가 항상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