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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꽃 May 30. 2024

우리가 사랑을 얘기할 때

남편과 나는 몇 개월이라는 짧은 연애 끝에 결혼을 했기 때문에 결혼을 한 지금도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결혼을 하고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아직 서로를 안지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일 년 전엔 몰랐던 사람과 지금은 부부라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이 사람이라면 적당히 잘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묵묵히 자기 일도 잘 해내고, 나와는 다르게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다양한 운동을 하면서 자기 관리도 잘하고, 한 번씩 내가 어둠을 헤맬 때면 같이 내 어둠에 함께 빠지지 않고 빛으로 나를 이끌었다.

시골에 살아야하는게 조금 막막하긴 했지만
그걸 감수하고 결혼을 결정할 정도로
한결같이 몇 개월간 내게 보여준 남편의 모습은 내가 바라던 남편상에 딱 걸맞았다.
남편도 나와는 '무난하게 잘 살 것 같아서 결혼했다'라고 하니, 결혼적령기에 서로의 결혼상대의 기준에 적절하게 맞는 상대를 찾은 건 여러모로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기복이 큰 사람이었지만 남편을 만난 후로 안정을 찾은 건지 대체로 우리의 관계에는 큰 기복은 없었고, 연애하는 몇 개월간 크게 다투거나  속상하게 하거나 힘든 일도 없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당연해진 서로의 존재에 항상 우리의 관계에 늘 작은 의문은 있었다.


'과연 우리가 사랑하는 걸까?'


나는 원래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이고 그건 무뚝뚝한 남편도 마찬가지라, 우린 연애할 때부터 결혼한 지금도 사랑한단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암암리에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생각했던 것 같다.
어느 날은 문득  "오빠는 나를 사랑해?" 물었다가 "사랑하니까 이렇게 같이 사는 거지. "라는 대답을 했다. 항상 내가 사랑하냐고 물으면 '사랑해'라고 끝나는 적은 없고 그건 표현을 잘 못하는 나도 똑같은데
그런 날들이 당연해진 어느 날, 하루는 남편과 안고 있다가 내 품을 파고들어 자기를 예뻐해 달랬다.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덩치 큰 댕댕이 같았다.
그 후로 하루에 몇 분이라도 남편을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남편이 퇴근할 때면 주차장을 내다보고 있다가 올 때에 맞춰 안겨서 수고했다고 쓰다듬어준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쓰다듬고 있을 때도 많았는데 그 시간이 반복될수록 나도 누군가의 따뜻한 품 안에서 위로받고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기댈 곳이 있다는 거,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세상은 꽤 살 만한 곳이 된다는 걸 깨닫고 있다.
적어도 내 세상은 남편을 만나고 서서히 안정을 찾고 있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안 해본 탓에 둘 다 표현은 서툴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늘 같다.
물론 우리 사이에도 풍파는 있고 한 번씩 어둠이 찾아온다.
신혼 초에 엄청 싸운다는 걸 체감하는 요즘이지만 서로 서툴러서인지 한 번씩 서로 건드리면 안 될 선을 넘을 때도 있다.
너무 속상할 때면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갑자기 집을 나가곤 하는데,
그래도 그때마다 내가 자연 속에 살아서 참 다행이다 싶은 게 화가 잔뜩 나서 나갔다가도 자연을 보면 화가 풀린다.
초록 잎을 구경하며 다니다 보면 뭐가 날 힘들게 했는지도 잊은 채 싸우고 나서도 "오늘은 오빠가 퇴근하면 뭘 만들어줄까!" 하면서 행복해한다.
어김없이 나갔다 하면 들떠서는 늘 초보요리사인 내 손 가득 요리할 재료들이 잔뜩 안겨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뭔가 해 줄 수 있을 때 그 순간 느끼는 행복도 정말 크다는 걸,
결혼을 하고 알아가고 있다.



우리 사이에 크고 작은 풍파가 있을 때를 제외하면
시골살이를 하면서 둘이 보내는 시간도 너무 행복하고,
산책을 하며 강아지 같은 얼굴로 주변의 모든 걸 궁금해하는 남편이 너무 사랑스럽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는 작은 몸짓들이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구나 느끼게 해 준다.
아마 앞으로도 우린 지금처럼 물 흐르듯,
서로를 잔잔하게 사랑하며 살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앞으로도 내 인생의 긴 항해가 마냥 순탄할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나는 할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댕댕이 같은 남편과 함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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