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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꽃 Jun 06. 2024

나를 살게 하는 곳, 6월의 와수리

철원 산책


오랜 타지생활로 시골살이도 자신 있다며 누구보다 기세등등하게 시작한 화천에서의 결혼생활이었다.

남편도 바쁘고 아는 사람도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가니 요즘 멍하게 있는 시간이 늘었다.

나는 외로움도 잘 못 느끼니 잠깐의 허전함이야 이겨내고 잘 살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몇 달 지나지 않았는데 신속의 우리 집이 너무 답답하다.

남편이 집에 있어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외로움에 잠식되지 않으려 무던히 노력할 뿐.

요즘 내가 어딜 가도 내내 우울해했더니,

내가 와수리를 가면 기분이 좋아지자 않냐며 오랜만에 철원의 와수리를 찾았다.

오랜만이라 봐야 한 달도 안 되긴 했지만.

내게 와수리는 나를 살게 하는 곳이다.



와수리를 오자마자 기와물결을 왔다.

혼자 수피령 넘어 삼십 분을 운전해서 종종 찾기도 하는 곳인데, 여길 왔다 가면 늘 기분이 좋다.

수피령은 길이 너무 안 좋지만 그 길을 넘어 마주하는 이곳은 내겐 천국 그 자체..

비밀의 화원 같은 곳.



기와물결은 베이커리 맛집이라 평소처럼 파운드케이크와 까눌레를 주문하고, 남편이 신메뉴에 도전해 보자며 오늘은 산딸기 다쿠아즈도 주문했다.

집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넘어왔지만 이곳의 베이커리들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아서 이것저것 주문하고서는 배불러했다.

그래도 너무 행복했다.

이곳에서의 이 평화로운 시간이 아주 오래 그리웠다.



잔잔한 클래식을 들으며 바깥풍경을 바라보다 보니 여기가 천국인가? 싶었다.

늘 여기를 오면 세상과는 동떨어진,

천국 같은 곳이라 생각한다.



흐린 날이었는데 한 번씩 해가 떴다.

그 순간을 포착해서 찍었다.

구름이 움직일 때에 따라 바뀌는 이곳의 빛 아래의 풍경들이 얼마나 예쁘던지.



담장 옆의 식물도,

사소한 모든 풍경들도 참 예뻤다.

우리 집은 여기보다 더한 시골인데 왜 집에 있을 땐 그 풍경을 벗어나고만 싶을까?



떠가는 구름과 자연을 바라보며 기와물결에서 시간을 보내다 나왔다.

초록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시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찾은 쉬리공원.

철원, 화강에 오면 늘 마음이 편해진다.



산책길도 잠시 걷고-

남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산책길을 걷고 있으니 이내 행복해졌다.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걷자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시골살이를 하는 내내 외로웠는데, 이 순간만큼은 내가 외로웠다는 걸 잊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자연이 주는 위로가 때론, 그 어떤 위로보다 크다는 걸.



늘 와수리를 오면 혼자 걷던 쉬리공원의 돌다리.



늘 외로움에 빠지지 않으려 혼자 걷던 이 길을 오랜만에 남편과 걸었다.

내 손을 잡고 날 챙겨주면서 물가의 송사리들을 구경했다.



해 질 녘 화강, 쉬리공원.

가만히 멈춰 서서 바라보니 한 번씩 물고기들이 튀어 올랐다.

물가에 하늘이 비춰 구름이 떠가는 것도 그림 같았다.



와수리의 곳곳에 꽃들이 피어있었다.

마치 남편과 꽃구경을 온 듯 신이 났다.

불과 전주에 고석정을 다녀왔지만 하나도 좋지 않았는데,

여기서 꽃구경을 하니 꽃이 그렇게 예뻐 보였다.

나를 살게 하는 와수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와수리가 그대로 있을 거라 생각하면

이 시골에서도 살아볼 용기가 다시 생긴다.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겠지?

내가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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