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풍경, 높은 건물이 없는 이 곳. 시끄러운 도시에 살면서 시골살이에 대한 로망 같은 건 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결혼을 하면 시골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게 마냥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남편의 장점이라 느꼈다.
시골로 이사 온 후에도 한동안은 좋았다.
'푸르른 자연- 기대했던 시골이다!'
하고 늘 자연 속에 숨 쉬며 행복해했다.
눈뜨면 새소리에 깨고 평소엔 사람소리조차 듣기 힘든 이곳이 우리의 신혼집이었다.
계절마다 바뀌는 풀과 나무를 보고 다니고 길을 걷다 가만히 멈춰 서서 동네 개들에게 말을 거는 게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20대인 내가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내 또래도 없는 시골에서의 삶은 금세 지루해다 못해 외로워졌다.
매일 눈물바람으로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고 하거나,
결혼을 너무 섣부르게 선택한 것 같다며 그렇게 지겨워했던 도시에서의 삶도 그리워했다.
남편은 본인 나름대로 부단히도 노력했다.
늦게 퇴근한 날에도 이런 나를 데리고 산책을 가려고 했고,
여기저기 시골에서 가기 좋은 곳들을 데려가 주고 내가 좋아하는 카페를 찾아 데려가 줬으니까.
그래도 늘 슬펐다.
내 슬픔은 외로움이라는 작은 불씨를 만나 활활 불타고 있었다.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던 나날들이었다.
그래서 더 자연으로 빠져들려고 노력했다.
시골생활도, 결혼 생활도 그 무엇도 이제 와 못하겠다고 놔버릴 수 없었다.
내가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친구는 없었지만 이곳에서 내 친구는 산책하다 마주하는 길가의 들꽃과 예쁜 자연뿐이었다.
어느 곳에서도 씩씩하게 피어나는 들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에서 나도 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골에서 산책을 하다 보면 동물들을 많이 만난다.
괜히 신나서 동물들에게 말을 건다.
다리를 건너다 마주친 길고양이에게 말을 걸면서 고양이가 물속에 물고기들을 응시하다가 손을 뻗는 걸 지켜봤다.
학이 유유자적 얕은 물가를 걷는 것도 지켜봤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걷다가 이내 큰 날개를 펴고 멀리 날아갔다.
누군가와 같이 보고 싶은 순간이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과 그 속에서 예쁜 날개를 펼치는 그 순간의 잔상이 뇌리에 오래 남았다.
문득 길을 가다 본 열매가 예뻐서 한참을 멈춰 들여다봤다.
초록색, 노란색의 열매가 점점 빨갛게 익어가는 게 참 예쁘다 생각했다.
자연은 끝없이 변하고 계절마다 다음단계로 성장할 줄 알고 나아가고 있다.
종종 집 근처의 예쁜 나무를 보면 그 밑에 누웠다 간다.
햇빛에 비춰 더 밝게 빛나는 나무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자연 속에서 눈을 감고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나 따스한 바람과 햇살을 느끼다 보면 그 속에서 나도 어느덧 함께 자라고 있다.
아,
내가 이곳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언제 봐도 예쁜 곳
배산임수 속의 우리 동네.
자연 속에서 더 빛나는 곳.
우리 집 근처엔 정말 예쁜 문학관이 있어 종종 혼자 찾는다.
이미 사람의 발길이 오래전에 끊긴 곳이지만 여기서 별다른걸 안 하고 그저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이곳을 느끼는 것 만으로 행복을 느낀다.
산 중턱에 위치한 이외수 문학관.
비 오는 날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도 그림 같았다.
끝없이 보이는 산들이 처음엔 막막했는데,
시시때때로 바뀌는 이곳을 바라보다 보면 자연 속에 외로움은 잊힌다.
점점 이곳의 삶이 살아갈 만하다 느낀다.
집 근처에 이런 멋있는 문학관이 있다니!
이곳에서 해야 할 게 뭔지,
나는 앞으로 시골에서 내 방향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이사 온 직후부터 끝없이 고민했다.
그동안은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쓸 엄두도 못 냈던 글도 이곳에 와서 쓰기 시작했고,
외로움에 사무쳐서 근처의 꽃이나 풀들을 찾아다니며 울다 웃다 하면서 나도 자연 속에서 위로받고 계절 따라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내가 열심히 자라날 수 있게 나를 돌봐야지.
내가 자연 속에서 느끼고 기억하고 싶어 하는 이곳에서의 나의 삶을, 나의 내일을 기록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