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푸른 자연만 있는 곳, 화천.
강원도에서도 제일 위의 끝자락에 위치한 우리 집.
남편을 따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화천에 시집와
이 곳의 주민이 된지 벌써 4개월이다.
화천이 꽁꽁 얼어붙었을 때 처음 왔는데 어느덧 여름의 한가운데에 와있다.
처음 왔을땐 너무 추웠는데 잠시 선선하다가 여름에 진입하자마자 찜통같은 더위가 덮쳐서 한동안 힘들었다.
강원도는 여름도 시원할거라 생각했던 건 내 오산이었다.
아무렴 괜찮다.
그 어떤 고난도 이 곳의 자연과 함께라면 감수할 수 있다.
화천 꺼먹다리에서 보는 풍경 이 전날 비가 많이 내렸는데,
다음날 낮이되자 날이 맑게 갰다.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는걸 보곤 오늘은 내가 사는 곳, 화천을 여행해야겠다 싶었다.
우리 집은 마운틴뷰다.
읍내와도 멀어 가끔은 섬 속에 홀로 동떨어져있다는 느낌도 든다.
산 속에서 아침엔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고 ,
저녁엔 간간히 멀리서 개 짖는 소리만 들리는 이 곳.
약간은 무료한 하루속에서 요즘의 나는 부던히 행복을 찾고 있다.
이 풍경도 행복한 순간중의 하나이다.
밖을 봤을 때 예쁜 구름이 떠갈때 나는 구름들을 바라보고 있는걸 좋아한다.
날이 좋아 이 날은 남편과 한시간 거리의 화천읍내를 나갔다.
화천에 이사오고 읍내는 너무 멀어 처음 나가는거였는데,
읍내 가는 길 내내 강과 자연이 푸르러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화천에서도 구석으로 깊이 들어오니 알려지지 않은 화천의 작은 아쿠아리움인 토속어류생태체험관에서 다양한 민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다.
입장료도 무료였다.
주말임에도 사람도 없었고,
내가 몰랐던 귀여운 물고기들을 많이 봤다.
어류생태체험관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앞에 딴산유원지와 딴산폭포가 나온다.
인공폭포인데 규모가 꽤 크다.
바로 밑에 잔잔한 강이 흘러서 더욱 예뻤다.
자연 속에서 아기들이 물놀이를 하고있고,
주민들이 여기저기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모든 풍경이 참 평화로웠다.
인공폭포를 더 가까이서 보기위해 돌다리를 건넜다.
돌다리를 건너는데
물이 정말 투명하고 맑았다.
참지 못하고 고개숙여 손을 담궜는데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가까이서 보니 더 웅장하던 폭포.
폭포 소리를 들으며 이 곳의 풍경을 잠시 서서 감상했다.
내 마음 속 응어리들이 씻겨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딴산유원지 근처의 꺼먹다리는
국가등록 문화유산이다.
옛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 곳을 잠시 걸었다.
꺼먹다리에서 보는 뷰가 정말 예쁘다.
자연 속에서 숨 쉬는 순간이었다.
간간히 물고기가 튀어올랐고 학이 날았다.
불어오는 바람에 폭염에도 시원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근처의 나뭇잎들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딪히고 있었다.
여기서 내가 느끼고, 보는 화천이 너무 예뻐서
내가 화천에 사는게 문득 감사해지는 순간이었다.
정말 오래 간직하고 싶은 순간.
우리 집 근처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문학관이 있다.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내게 이 곳은 정말 행복한 놀이터이다.
집에 있다가도 종종 나가고 싶어지면 꼭 문학관을 나와 책을 읽는다.
푸르른 자연 속에 위치한 이 곳이 너무 예쁘고 편안하다.
이 곳에서 흐르는 계곡 물 소리를 듣다보면 내 마음도 청아해진다.
자연속에 있노라면 나 자신이 평화를 느끼는 순간들을 꽤 많이 마주친다.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높은 건물이 없는, 읍내의 정겨운 풍경들.
자연과 삶이 적절히 공존하는 예쁜 곳이다.
다른 곳은 장미가 질 때인데, 6월 말인 지금의 화천엔 장미가 예쁘게 만발했다.
화천이 모든 계절의 마지막자락인 게 나는 너무 좋다.
내가 사랑하는 계절을 끝까지 느낄 수 있으니까.
요즘의 나는 내가 화천 주민인게 꽤 마음에 든다.
이 푸르른 자연과 함께라면 이 곳에서의 내가,
앞으로 외로움을 이기고 잘 살아갈거란 확신이 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