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속에 있을 때의 표정
산책중에 마주한 사랑의 순간
한여름의 늦은 저녁,
혼자 산책 삼아 걸어서 읍내를 나갔다.
며칠 장마가 지속되더니 말라가던 물의 수위가 높아져 거세진 물살을 보며 걷던 와중에,
멀리서 하얀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다가오는 밀짚모자를 쓴 아저씨를 봤다.
아저씨는 멀리서부터 중간중간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와중에 번쩍 들어 안아서 물살을 구경시켜주고 있었다.
아저씨의 행동을 주의 깊게 보다가 가까워졌을 때 그 순간이 정말 그림 같아서 걸음을 멈췄다.
강아지를 보는 아저씨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해 있었고,
한 팔로 강아지를 감싸 안고는 강아지와 눈을 마주치며 한번 쓰다듬고,
밑의 물살을 한번 가리키면서 들리진 않지만 다정한 말들을 건네고 있는 것 같았다.
강아지에게 물살을 구경시켜주는 아저씨의 모습이 그림 같아서 넋을 놓고 쳐다봤다.
'와, 진짜 사랑의 순간이다. '
생각하면서.
한참을 강물을 구경시켜주던 아저씨가 강아지를 내려놓자마자 강아지는 장난 가득한 얼굴로 주변의 냄새를 맡으며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곧이어 맞은편의 나를 발견하곤 내게 웃으며 달려왔다.
사랑받는 강아지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했다.
나를 보는 눈빛도 경계가 아니라 그저 무한한 사랑이 담긴 눈빛이었다.
어쩐지 마음이 뭉클했다.
아저씨가 강아지를 만져봐도 된다고 해서 잠깐 쓰다듬고,
"강아지가 너무 예뻐요- 얘도 자기가 예쁜 줄 아나 봐요."
강아지 칭찬을 하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어도 되냐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강아지의 행복한 모습을 기억하고 싶었다.
사랑 속에 있는 표정을.
강아지의 모습을 남기고 인사를 하고 멀어지는데 강아지는 앞을 나서지 않고 계속 내 쪽으로 따라왔다.
잘 가라고 손을 흔들며 천천히 뒷걸음질을 했다.
잠깐이라도 더 강아지를 눈 속에, 마음속에 담고 싶었다.
강아지가 저 멀리 멀어지고 나는 아저씨가 강아지에게 보여줬던 강을 내려봤다.
아저씨는 뭘 보여줬을까,
무슨 말을 했을까,
생각하다가 아까의 행복의 순간에 내가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그저 감사했다.
나도 언젠가는 오늘의 강아지처럼 사랑이 가득한 얼굴을 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하며 다시 가던 길을 가는데 어쩐지 자꾸만 눈물이 났다.
내가 바란 건 많은 사랑이 아니라 오늘 본 아저씨가 강아지에게 보여준 사랑 정도였는데.
사랑 속에 있는 강아지가 부러웠다.
오늘의 눈물의 의미에 내가 가지지 못하는 사랑에 마음이 아파서 슬펐고
나는 아마 오래도록 오늘의 강아지 같은 표정은 지을 일은 없을 것 같아서 더 괴로웠다.
그래도 마음 한켠이 따뜻했다.
내게는 없지만 저 예쁜 강아지에게는 사랑이 있으니까.
앞으로 강아지는 예쁘게 웃을테니까.
그거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짧은 사랑의 순간이 아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래도 살면서 이런 예쁜 기억을 하나쯤 마음에 담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디선가 강아지의 내일에 사랑이 함께할거라 생각하니 나도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