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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꽃 Jul 18. 2024

오리처럼 사는 삶

살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평화로워 보이는 삶


잔잔한 호수의 오리를 봤다.
오리는 여유롭게 호수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늘 물 위의 오리를 보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져 잠시 멈춰 지켜보곤 한다.
윤슬이 예쁜 호수 위의 오리는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그 자리에 항상 그대로 떠다니는 고요의 상징.
우리가 볼 때는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오리이지만 물밑의 다리는 평화롭게 떠있기 위해 끊임없이 헤엄치고 있다는 걸 안다.
그런 오리의 발길질이 오리가 있는 곳을 한층 아름답고 빛나는 풍경들로 만들어 준다.
나는 오리가 있는 그 시간과 강을 늘 기억하려 했다.


한 낮의 의림지, 홀로 떠다니는 오리


오리의 헤엄침엔 별다른 목표가 없어 보인다.
그저 그렇게 떠다니다가 물고기를 발견하면 잠시 잠수를 하고, 물 위로 올라와 한번 물기를 털어내곤 다시 유유자적 떠다니는 것 외에 별다른 걸 하지 않아도 행복해 보였다.
오리는 귀여운 다리로 땅 위도 걸을 수 있고 물갈퀴를 이용해 수영하고, 작은 날개로 하늘을 날 수도 있다.
철 따라 수백, 수천 킬로를 날 수 있어 많은 세상을 볼 수도 있다.
하늘과 땅과 물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오리가 부러웠다.
그래서 나도 늘 오리가 되고 싶었다.


해질녘의 의림지, 한 쌍의 오리와 저 멀리 오리배 하나


하늘과 땅과 물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오리지만
너무 유순한 성격 탓에 오리는 천적이 많다.
오리에겐 가는 곳마다 천적들이 노리고 있다.
맹금류나 강아지 고양이,
하다못해 설치류에서부터 물밑의 중대형 어류도 오리를 노린다.
오리에겐 적이 없는 곳이 없다.
때론 하늘 위에서 천적을 만날 수도,
물에서 적을 만날 수 있지만 오리는 저항하지 않는다.
오리에겐 적에게 맞설 별다른 무기가 없지만 오히려 그게 오리의 무기였을 수도 있다.
그냥 그렇게 유유자적 물 흐르듯 살다가 어디쯤 멈춰버리는 삶을 이미 받아들인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이미 오리였던 걸지도.
나는 물 밑에서 살려고 발버둥 치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엔 평화롭기만 한 오리 중의 하나였을지도.



그렇담 내가 오리인 게 썩 나쁘진 않다.
이렇게 살다가 언젠가 어디서든 만날 천적에 한순간 잡아먹혀버릴지라도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오리로 한 번은 살아봤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오리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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