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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꽃 Jun 20. 2024

지금이 우리의 예쁠 때

처음 깨달은 행복의 순간

6월의 속초, 바다 앞의 우리


남편은 평소에 나를 귀여워하고,
나도 남편을 귀여워한다.
일할 땐 칼 같은 사람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는 남편은
정말 귀여운 사람이다.
댕댕이 같은 얼굴로 세상 모든 걸 궁금해하는 귀여운 사람.

장난과는 거리가 먼 얼굴을 하고서는

나에게만 장난을 잘 치기 때문에
나는 평소에 남편과 놀 때도
보통 집에서든, 밖에서든 남편과 투닥거리며 논다.



퇴근하고 핸드폰을 보며 누워 있는 남편의 위에 올라가 '어때! 숨 못 쉬겠지! 핸드폰 그만 보고 나랑 놀지 그래!'
하면서 남편의 핸드폰을 빼앗아 다른 방으로 도망친다.
나는 남편이 핸드폰 찾아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는 게 재밌다.
그전에 미리 내가 도망친 방의 키를 숨겨놓으면 남편은 또다시 키를 찾아 삼만 리이다.
키를 한참을 찾다가 이내 찾기를 포기하고 나를 어르고 달래며 문을 열라고 하는 게 놀리기 딱 좋다.


종종 남편이 씻으러 갔을 때 신발을 가지고 방문 뒤에 숨어있으면 '어디 갔지? 어디 갔어~린꽃 나갔나 보네~'
하면서 여기저기 나를 찾으러 다니는 걸 보는 것도 일상 속의 작은 재미다.
이젠 내가 어디 숨었는지 알고 먼저 나를 찾아내서 집 안에서의 숨바꼭질도 재미가 없어지던 참이지만.
남편도 종종 내게 먼저 장난을 치고 딱 내가 울지 않을 정도로만 나를 놀리며 재밌어한다.
내가 화나서 씩씩거리는 게 재밌단다.
잔뜩 화가 났다가도 남편의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을 보다 보면 금세 화가 풀린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장난치는 걸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안 그래도 너무 외롭던 시골생활이었는데,
이렇게 남편이랑 투닥거리며 놀다 보면 스트레스가 좀 풀린다.



하루는 평소처럼 남편과 장난을 치며 공원을 산책하는데
우리 옆을 지나던 할머니들이
'아유-예뻐라. 그때가 참 예쁜 거야.'
하면서 우리를 귀여워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셨다.
마치 내가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남편을 보며 '오빠, 들었어? 우리가 예쁘대.' 하고 웃으니 남편은 '맞아, 우리 린꽃 참 예뻐.' 하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문득 그 순간이 참 평화롭고 행복했다.
바로 옆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너무 예쁜 자연이 푸르게 펼쳐져 있었고 이 속에 있는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을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내가 처음 행복을 깨달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이었다.



남편을 따라 시골에 온 이후로 늘 외롭다 힘들다 울었지만 사실 나는 그렇게 나쁜 상황 속에 처해있지는 않았다.
상황을 나쁘게 만든 건 상황을 나쁘게 바라보는 내 마음이었다.
예쁜 풍경을 그저 예쁘게 바라보면 되는 건데
왜 나는 여태껏 이 예쁜 나날들 속에서도 삐뚤어진 마음으로 삶을 대했던 걸까 후회했다.
지금이 우리의 예쁠 때니까,
내 일상을 조금 더 사랑해야겠다고.
이 예쁜 곳을 더 예쁜 마음으로 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떻게 보면 쉬운 이 결말을 내리기까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건지-
내 주변의 모든 걸 사랑하겠다 마음먹고 나니 이제야 내 곁에 늘 머물던 예쁜 풍경과 우리가 보인다.
지금의 행복의 순간을 앞으로도 잘 간직해야지.


6월의 화천, 우리집에서 읍내로 나가는 산책길


지금이 우리의 청춘인 걸 청춘 속에 살면서도 자꾸만 잊고 살게 된다.

내가 살아가는 오늘이 제일 행복한 나날들임을 잊지 않고
살면서 힘이 들 때 오늘의 행복의 순간을 기억하고 꺼내볼 수 있기를,
내가 만든 불행에 더 이상 잠식되지 않기를.
청춘, 그 자체로도 빛날 우리의 지금.
훗날 너무 그리워할 지금을 마음껏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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