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내가 덜컥 겁먹었던 건, 먼저 인사했는데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이웃이었다. 그냥 쓱 보고 지나치길래 내심 상처받아서 그 후로 한동안 인사를 안 하고 다녔었다.
춘천을 떠나 더 위의 이곳으로 올라올 때 강원도에서도 지금 내가 사는 지역이 제일 텃세가 심하다며 다들 내게 신신당부 한 터라 나도 모르게 경계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소문만 무성한 미지의 세계,
시골살이를 시작하기 전 나도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폐쇄적인 곳일 거라 생각했고 사실은 두려웠다. 다들 마음 약한 내가 이곳에서 살지 못할 거라 했었고 나도 그럴 거라 생각했었다.
들은 얘기만 무성했던 터라 남편에게도 이사오기 전 내내 "나 왕따 당하면 어쩌지?" 걱정하며 울곤 했는데 와보니 그건 걱정할 일이 없었다. 왕따도 아는 사람이 있어야 당하는 건데 남편과 나는 이곳에서 한낱 이방인에 불과했다.
최근 나는 이사오자마자 또다시 힘든 유산의 과정을 겪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2주간 집에 못 들어와서 하루에 말 한마디를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날이 많았는데, 요즘 슬슬 기력을 되찾아 밖을 혼자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다정한 이웃들을 많이 만났다.
당연하다는 듯 어차피 말할 사람도 없으니 늘 에어팟을 끼고 산책을 나가곤 했는데 어느 날 공용현관을 나서는 길에 젊은 부부가 인사를 했다. 나는 처음에 먼저 인사를 받은 게 믿기지도 않고 너무 기분이 좋아서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인사하고는 산책을 나가서 날아다녔다. 너무 신이 났다. 며칠 만에 사람과 짧은 인사라도 해 본 게 기뻤다. 그래서 그 후로는 에어팟을 두고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 집 앞에 정말 귀여운 강아지가 있는데, 산책을 나가면서 얘네를 한 번씩 만지고 가는 게 내 일상이다.
내가 오면 멀리서부터 '딸랑딸랑'소리를 내며 항상 만지는 자리로 달려 나와서 기다린다.
처음엔 우리 집 강아지가 아니라 만지는 걸 망설였었는데 이 집 아저씨가 나오셔서는 먼저 인사하며 '강아지를 사랑하시나 봐요-'하면서 만져도 된다고 해주셔서 시골생활 속 내 작은 행복이 늘었다.
만지다 보면 한 번씩 집주인아저씨와 인사도 한다. 덕분에 인사할 이웃이 늘어난 것도 좋다.
우리 집 근처에는 편의점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만 바로 옆에 작은 개울도 흐르고 푸르른 자연도 있다. 평일 아침 일찍이면 공공근로를 하시는 어르신들이 이 근처를 청소하러 다니신다. 이분들과도 아침에 산책할 때면 인사를 주고받는다.
오늘은 아침부터 유유자적 산책을 하다가 읍내 쪽에서 행사를 하는 걸 봤는데, 궁금했지만 나는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구경도 못하고 시무룩한 채 집에 돌아오고 있었다. 근데 처음 보는 아저씨가 "안녕하세요- 산책하는 거예요?" 하면서 먼저 말을 걸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저기서 행사하던데 가봐요~구경할 것도 있어 보이던데~" 하면서 무슨 행사인지 설명을 해주셨다.
근데 읍 행사에 혼자 간다는 건 아직 너무 망설여져서 산책을 더하겠다 하고 지나왔다.
들어오는 길에 관리사무소 아저씨랑도 잠깐 인사를 하고, 아파트 같은 라인의 아기엄마들과도 처음 인사를 했다. 다들 나를 보고 먼저 인사를 해주셔서 너무 행복했다. 처음 겁먹었던 시골 텃세라는 말이 무색하게 나는 내 이웃들이 너무 좋다. 여기 사는 동안은 내가 이곳의 편견을 깨 놓고 떠나야겠다. 나는 이곳에서의 생활도, 내 이웃들도 아직 많이 마주치진 않았지만 너무 좋다. 나도 앞으로는 먼저 웃으면서 인사를 해야겠다. 나도 내 이웃들에게 다정한 이웃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