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읍내와도 떨어진 엄청난 시골이다.
연고가 없는 곳에서의 시골살이를 선택한 건 내 삶에 엄청난 도전이었는데 나는 그런대로 차근차근 잘 해내고 있다.
한낮에 해가 쨍쨍한 날이면 뭐에 홀린 듯이 늘 산책을 나간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제일 행복한 건 온통 초록초록한 자연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거.
내가 늘 보고 느끼는 자연을,
늘 산책하던 길들을 기록하고 싶어 담아보는 내 일상들.
보석보다 빛이 나는 아카시아 꽃과 초록의 향연
요즘 우리 동네 곳곳에 아카시아가 피어있다.
어딜 걸어도 아카시아 향이 잔잔하게 맴돌아 절로 설렌다.
바람이 부는 날엔 나무밑에 멈춰 서서 가만히 나뭇잎이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모든 게 살아있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얘네를 보고 싶어 땡볕에도 차를 두고 한 번씩 나오곤 하는데,
늘 얘네를 보러 나왔다가 산책을 하게 된다.
이젠 멀리서부터 '딸랑딸랑-' 반갑게 울리는 애기들의 방울소리를 듣는 게 참 행복하다.
벌써 두 달, 매번 보다 보니 정이 많이 들었다.
집에 있을 때면 강아지들이 지금쯤 뭐 할까 궁금할 때가 많다.
처음엔 정말 손바닥만 했는데 지금은 정말 많이 컸다.
한참을 놀다 지나갈 때면 이젠 제법 컸다고 제 키보다 훨씬 높은 지붕에 올라 나를 보고 짖는다.
그럼 당연하다는 듯 또다시 돌아서서 쓰다듬는다.
절대 지나칠 수 없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
우리 집 옆엔 물길이 흐른다.
물소리를 들으면서 걷다 보면 정말 행복 그 자체..
물 흐르는 소리, 바람에 풀잎들이 부딪히는 소리.
내가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
초록의 사이사이에 노란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이 모든 게 정말 그림 같았다.
곳곳에 저마다의 색으로 피어있던 이름 모를 꽃들까지도
이곳의 일원으로 꿋꿋이 서있다.
그래서 이곳이 더 빛난다.
예쁜 것들이 모여 그림 같은 풍경을 담고 있다.
초록색은 정말 다양하다.
나무들 하나하나 가만히 보고 있다 보면 연한 녹색도 있고 진한 녹색도 있는데, 하나같이 다 보석 같고 예쁘다.
한참을 산 가까이에 멈춰 서서 다양한 초록색으로 섞여있는 모든 곳을 눈에 담았다.
한 색깔이었더라면 이렇게 예쁘지 않았을 것 같다 생각하면서.
우리 집 옆의 이곳은 내가 종종 혼자 물놀이를 하다 가는 곳이다.
나만의 놀이터 같은 곳.
최근에 날이 좋아지고부터는 슬리퍼를 신고 산책을 간다.
내가 언제 물속에 들어가고 싶을지 모르니까
돌 위에 한참 앉아 물장구도 치고 놀고,
가만히 있다 보면 잠시 뒤 내 발 위를 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을 관찰하는 것도 꽤 재밌다.
봄까지만 해도 치어들이 곳곳에 모여있었는데,
요즘엔 꽤 큰 물고기들을 많이 본다.
맑고 투명한 강물을 보는 것도 너무 황홀하고
얼음장같이 시원한 물에서 놀다 보면 그간의 근심은 금세 잊힌다.
한참 놀다 지치면 그저 해를 쬐며 강물 중간의 돌 위에 앉아있었다.
그 순간에도 이곳의 모든 게 생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는데 돌아보니 바로 옆이 온통 작은 다슬기 천지였다.
손에 올려놓으니 정말 작은 다슬기들이 꼬물거리는 게 보여서 너무 귀여웠다.
잠시 관찰한 후 다슬기를 놓아주고 한참 혼자 시간을 보내던 물놀이를 끝냈다.
긴 원피스를 입고 산책했더니 원피스가 다 젖었다.
나는 항상 옷은 아랑곳 않고 물놀이를 한다.
그 와중에 강에서 올라오자마자 또 초록잎이 너무 예뻐 보여서 사진으로 담았다.
나는 초록 잎들을 밑에서 보는 걸 좋아한다.
한 번씩 해와 겹쳐지면 정말 어떤 보석들 보다도 더 예쁘게 나뭇잎들이 빛나고,
가까이서 보면 줄기들이 더 예뻐 보인다.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풍경.
늘 운전해서 지나는 이 길을 산책할 때 보면 참 예쁘다.
작은 모든 식물들이 모여 살아있음을 뽐내고 있다.
문득 길가에 피어있던 한 폭의 그림 같던 데이지도 너무 예뻤다.
참 예쁜 시골 우리 동네.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곳.
이 곳이 나를 살게 하는 나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