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도피안사 산책, 숨 쉴 곳

자연 속을 거닐며 온전히 행복하기

by 린꽃


평일 낮,

혼자 철원의 도피안사를 찾았다.

도피안사는 <깨달음의 언덕으로 건너간다>

라는 듯을 가진 사찰이다.

오래전부터 오고 싶던 곳인데 이곳을 오려면 꽤 먼 거리를 운전해야 하는지라 망설이다 찾았는데,

이곳을 다녀와서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올 걸 그랬다.


정말 행복했던 한여름의 도피안사 산책 시작!




걸어 올라가던 길, 온통 푸릇푸릇한 이곳과 잔잔하게 부는 바람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도피안사 안내문이 나온다.




작지만 고즈넉한 곳.



입구를 들어가면 사천왕들이 계신다.

종교는 없지만 어릴 적부터 절을 많이 다닌지라 혼자서도 알아서 합장하고 인사를 한다.



무심코 보는 곳곳의 풍경이 참 예뻤다.



들어서자마자 작은 연못이 보인다.

연못과 자연이 어우러져 정말 싱그러웠다.



천천히 계단을 오르면 큰 나무가 있다.



계단을 오르니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유유히 걷고 있는 뚱냥이를 만났다.



금세 제 키보다 훨씬 높은 돌 위로 뛰어올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후로도 한참을 돌 위에 앉아있었다.

솔솔 부는 바람과 어울렸던 고양이를 지나 그제야 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디서 봐도 예쁘던 풍경들



도피안사 삼층석탑.

나이 있는 어르신들이 탑돌이를 하고 계셨다.

나도 한 번씩 어릴 적 할머니를 따라 탑돌이를 했었는데,

할머니와 절을 찾은 지 오래라 방법을 몰라 합장하고 인사를 했다.



탑 뒤의 푸르른 자연을 한참 바라봤다.



자연과 함께 잘 어우러진 이곳에 있다 보니 마음이 절로 편해졌다.

그동안 내내 긴장하고 있었는데, 긴장이 풀리고 안정이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둘러보다 보니 한편에 나무의자가 있어 앉아봤다.



멀리 보이는 산도,

은은한 바람도.. 모든 게 완벽했다.

무언가 하지 않아도 온전히 행복했다.



내려가는 길-

떠나기 전에 소원촛불을 피우고 가려 들린 곳.



절을 오면 항상 초를 피운다.

그동안은 떠나간 아기에 대해 좋은 곳으로 가라며 초를 피웠는데,

오늘은 남편과 내 이름을 써두고 득자발원을 썼다.

쓰면서도 왠지 모를 죄책감이 느껴졌다.

떠난 아기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내게 너무 과분한 소원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이제는 바래도 되는 소원이 아닐지, 내 욕심은 아닌지 복잡한 심경으로 남편과 내 이름을 한 자 한 자 쓰면서 간절하게 빌었다.



내 초를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왔다.

다들 건강기원 같은 각각의 소원들을 썼다.

득자발원을 쓴 건 나뿐이었다.



떠나는 길,

문득 시선이 느껴져 옆을 봤는데 고양이가 저 멀리 구석의 돌 위에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잘 가라고 인사하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이 문을 나서기 전에 돌아서서 합장을 하고 인사를 했다.

오늘의 소원이 좋은 소식을 안겨주길 바라면서.

모쪼록 좋은 기운을 얻고 가는 것 같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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