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그 이후의 삶
동화 속 공주들은 결혼 이후에 행복했을까
어릴 때부터 동화나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면 늘
'공주님과 왕자님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같은 뻔한 클리셰에 익숙해져 있었다.
나도 언젠가 행복한 동화에 나오는 왕자님을 만나 결혼을 할 거고 결혼을 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 왔다.
지금도 거의 모든 로맨스의 끝은 결혼이고,
결혼 이후의 삶은 번외의 이야기다.
결혼 이후의 삶이 사실은 로맨스의 가장 큰 복병인데.
공주가 왕자를 만나 왕자의 나라로 시집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성에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거고, 못된 시어머니를 만날 수도 있는 거고, 알고 보니 왕자에게 도망치지 않고는 못 배길 흠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다.
대개의 동화의 독자들은 해피엔딩을 원하기 때문에 그 속에 고통은 없다.
해피엔딩으로 끝나 동화 속을 벗어난 공주의 결혼생활에 어떤 힘듦이 찾아올지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도 연애 몇 달 만에 지금의 나의 남편과 결혼을 해서 남편을 따라 고향에서 왕복 500km가 넘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시골로 이사를 왔다.
시골에서의 삶은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충분히 할 수 있고, 바로 옆엔 청량한 강도 흐르고 푸른 자연과 예쁜 풍경도 함께 하는, 넘치는 시간과 함께 어떻게 보면 누군가가 꿈꿀 삶이지만 이곳은 내겐 그저 외로운 성이다.
너무 예쁘게 꾸민 우리 집이 때론 창살 없는 감옥이라 느낀다.
밖을 나가도 갈 곳도, 할 것도, 만날 사람도 없다.
나는 이곳에서 한낱 이방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다.
내 생활이 힘든지, 외롭진 않은지, 누구라도 물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꽤 자주 한다.
바쁜 남편이 며칠씩 집에 안 들어오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벽을 보며 보내는 날들이 대다수이다.
미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삶, 그 삶이 어쩌면 지금 내 삶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남편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 외로움이 당연하다면 할 말은 없다.
나도 시골을 돌며 타지 생활을 해야 하는 남편의 삶 속에 무턱대고 뛰어든 값을 치르고 있는 거니까.
결혼 이후에 공주들은 행복했을까?
독사과를 먹고 깨어난 백설 공주나,
계모에게 시달리다 구두를 잃어버려 왕자를 만난 신데렐라나,
우여곡절 끝에 짝을 만나 결혼을 했지만 이후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건데.
공주들도 길게 알지 않은 왕자와 결혼했을 테니 어찌 보면 잘 모르는 왕자에게 인생을 걸고 함께한 걸 후회하지는 않았을지, 왕자를 따라간 곳에서 못된 시어머니나 괴롭히는 사람은 없었을지 문득 그다음의 얘기가 궁금해진다.
그렇담 공주들은 결혼 후의 갈등 끝에 또 다른 왕자를 찾았을까, 혼자 삶을 개척했을까, 그게 아니라면 꾹 참고 힘들게 만난 왕자와 버티며 살아냈을까.
결혼을 한 이후에 생각지도 못했던 양가 부모님과의 부딪히는 문제나 남편의 몰랐던 단점들을 보게 된다거나
사소한 문제들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나를 괴롭히고 있다.
시댁과 친정과도 각자의 입장 차이와 니즈가 달라서 벌어지는 상황들에 나는 지금도 당황스럽다.
나는 앞으로의 나의 결혼생활에 해피엔딩이라는 결말을 볼 수 있을지,
의문 속에 결말을 모르는 내 결혼 이야기를 이어갈 것 같다.
그 끝에 '왕자님과 결혼 이후에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되던지,
'공주의 삶을 찾아 떠났답니다'가 되던지.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면 늘 마음이 편해진다.
일도 그렇고 결혼생활도 그렇다.
떠날 수 있다. 다만, 떠나기 전에 내가 선택한 삶 속에서 최선은 다하고 볼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