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아기가 태어난 지 180일이 되어 처음으로 이유식을 먹이던 날,
며칠 전부터 이유식 책부터 식기들을 이것저것 구매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유식 식단표나 방법들을 찾아보면서 한참 분주했다.
쌀가루를 계량하고 10 대 1로 물을 받아 끓이다가 이 농도가 맞나 싶어 물을 더 추가해 보고 계속 떠서 농도를 확인하며 한참을 서서 바라보다가, 결국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검색을 하기를 반복했다
벌써 한 달 넘게 아기는 수유 거부와 함께 이앓이 때문에 하루의 리듬이 엉망이다.
잘 자던 낮잠도 자주 깨고 종종 악을 쓰며 우는 탓에 울음이 잦아들 틈이 없다.
그래서 이유식 준비는 항상 아기가 잠든 틈을 타서 쫓기듯 하게 된다.
한밤중에 적막한 집에서 혼자 쌀가루를 저으면서 혹시라도 울음소리가 들릴까 자꾸만 귀를 기울였다.
쌀미음을 만든 뒤엔 내친김에 오트밀 미음까지 만들어둘까 싶어 퀵 오트밀을 사서 물을 조금 넣고 초퍼로 간 뒤에 냄비에 끓였는데, 내 생각보다 입자감이 커서 아기가 아예 못 먹기에 만들어놓은 걸 죄다 버리고 오트밀 가루를 다시 주문해서 쌀가루와 섞어 쌀 오트밀 미음을 만들었다.
고생해서 만든 쌀미음을 처음 먹이던 날, 아기는 숟가락이 낯선지 입을 벌리기도 전에 고개를 돌리거나 먹기도 전부터 혀를 날름거렸다.
어쩌다 입을 벌렸을 때 겨우 한 숟가락 넣어주면 거의 다 밖으로 흘러나왔고, 턱받이 사이로 흐른 쌀가루로 옷은 금세 흥건해져 도대체 먹는 건지 뱉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유식을 먹는 동안 표정도 특별하진 않았다.
생전 처음 보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하곤 맛있지도, 싫지도 않은 얼굴로 그저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입안에서 쌀미음을 굴리다 뱉는 아기의 표정을 살피며 이게 맞나 싶어 다시 멈췄다가,
조금 더 묽게 해야 하나, 양이 많은 건가 싶어서 다시 핸드폰을 켜서 다른 사람의 이유식 농도를 찾아보며 또 멈췄다.
그러던 사이 계속 앉아있는 자세가 불편했던 건지 아기가 칭얼거리기에 오늘은 이쯤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서둘러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처음 이유식을 맛본 아기보다도 내가 더 서툰 것 같았다.
고작 30ml를 다 먹이지 못하고 흥건한 아기 목을 닦고 옷을 갈아입히고, 널려있는 식기들을 정리하면서도 괜히 마음이 착잡했다.
유튜브 영상 속 다른 집 아기들은 잘 먹는 것 같은데,
더 천천히 먹였더라면 잘 먹었을까 싶어 괜히 서두른 건 아닌지, 아직은 더 기다렸어야 했던 건 아닌지 별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도 아기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웃었고, 그걸로 그날은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이유식을 시작했다고 해서 하루가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수유 거부와 함께 이 앓이도 계속되고,
조금이라도 더 먹어보라고 잠결에 겨우 분유를 먹이면 내내 울던 아기가 그제야 잠들고, 나는 그런 아기 옆에서 넋이 나가있었다.
쌀미음과 오트밀 미음까지 만들어 먹이고 난 후,
며칠 뒤엔 한밤중에 채소 이유식을 만들겠다고 재료들을 한가득 펼쳐두고 멍하니 서 있었다.
널브러진 찜기와 식기들, 이유식 책을 번갈아보며 이걸 다 혼자 해낼 수 있을까 싶어 한숨이 나왔고, 결국 시판 채소 큐브와 소고기 큐브를 주문했다.
그렇게 준비한 채소는 여전히 입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나와버리고,
나는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 입만 더 먹어보라며 애원하기에 바쁘다.
처음이라 서툴고 힘든 초기 이유식 기간이지만
그래도 아기와 나, 둘이서 처음 겪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것만으로 기억해 두기로 했다.
우리의 첫 이유식은 그렇게 정신없이 시작됐고,
우리 둘만의 작은 시작이, 서툴지만 단단한 시간으로 차곡차곡 쌓여가길 바라게 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