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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꽃 Aug 27. 2024

내 곁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

십 년을 함께한 가족 같은 친구

내게는 또 다른 나라고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
같이 있을 때 비로소 내가 되게 하는,
나보다 더 나 같은 친구.
폭풍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 친구와
같이 있으면 늘 평온을 찾아서,
내겐 집 같고 가족 같아서 곁에 있는 게 너무도 당연한 친구이다.



친구와는 이십 대 초반, 전공과목 실습을 하면서 친해졌다.
각자 다른 학교의 실습생으로 낯선 병원에서 만난 우리는 한두 마디에 금세 이끌려 친해졌다.
우리가 시간이 지나 그때의 우리에 대해 얘기할 때 '자석처럼 이끌렸다'라고 얘기를 하곤 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관심사도 비슷하고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우리라서 아마 더욱 끌렸던 것 같다.
우리에게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조금 어둡고 친구는 순수하게 밝다는 거였는데, 그래도 그 친구는 어두운 나도 진심으로 이해하고 감싸줬다.
처음 친해졌을 때 그 친구가 어두운 내게 물들까 봐 잠시 두려웠던 적도 있는데 늘 친구는 내 어둠은 우리가 친구인 데에 별 문제가 없다 하며 내 어둠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환하게 빛을 밝혔다.
그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겐 밝은 별이 늘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친구가 내 인생에 들어오게 된 뒤로 우리는 다양한 곳을 함께 여행했다.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같은 지역에 살았던 적은 없지만 많은 추억을 쌓았고 꽤 자주 만났다.
일 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다른 친구와 달리 그 친구는 당연하게 계절마다 만나야 하는 친구였다.
서로의 삶, 만나는 사람, 환경, 사는 곳, 근무시간 등등..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주변의 상황들은 많이 달랐지만 그래도 우리는 늘 어떤 상황에서도 주기적으로 만났고 곁을 지켰다.
오랜만에 만날 때마다 흑백 스크린을 씌워놓은 듯 한 내 세상에 친구는 빛처럼 환하게 나타나 나를 반겼다.
우리는 십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한 번도 싸우지도 않고, 우리 사이에 큰 이변 없이 관계를 유지했다.
친구는 내 어둠도 이해하고 늘 예고 없이 갑자기 동굴 속으로 숨어버리는 내게 빛처럼 다가와 세상 속으로 안내했다.
내가 몇 번의 연애를 끝내고 힘들어할 때도 친구는 늘 내 곁을 지켜주며 내게 위로가 되었다.
내 결혼식에도 선뜻 먼저 나서 축사를 해주며 내게 빛나는 별이라고 얘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 친구를 보는 나도 서로 내내 울었다.
내 인생에 제일 밝게 빛나는 별은 늘 그 친구였다.



이번엔 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늘 그렇듯 행복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헤어졌는데 늦은 밤 친구가 내게 서운한 게 있었다는 문자가 와있었다.
일찍 잠들어 다음날 아침 문자를 보고는 덜컥 겁이 났다.
우리에겐 지난 시간 동안 작은 균열도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의 말은 이런 점이 서운했다, 너의 의견도 얘기해 줬으면 좋겠다,는 배려가 가득한 말들이었지만 내가 그때 느낀 첫 감정은 친구가 내 인생에 없어질 수도 있을까 봐 두려움이 앞섰다.
나는 한순간도 내 인생에 그 친구가 없을 거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당연히 있어야 할 빛이 사라질까 봐 나는 순간 안절부절못하지 못했다.
친구와 서로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서로에게 조심하려고 했던 말들이 오해가 될 수 있었음을 얘기하면서 앞으로는 서운한 게 생기면 바로 얘기를 하자고 약속을 했다.
그동안 나를 아끼는 마음에 서운한 얘길 못했을 친구의 마음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오래 얘기하며 오해들을 풀고
웃으며 통화를 마치고 나니 앞으로 친구가 내 인생에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잠깐 내 빛을 잃을까 봐 온 세상이 다 깜깜해진 기분이었으니까.
평범하게 웃고, 오래전부터 이어진 서로의 시간들을 공유하고.
친구는 어둠 속을 헤매는 내겐 어쩌면 제일 어려운 시간들을 늘 어렵지 않은 시간으로 만들어주는 고마운 친구였다.
그렇게 쌓은 시간들 속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였다.

십 년이란 시간만큼 너무 소중하지만 한 순간 당연해진 우리의 관계를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앞으로도 우리의 관계를 지키고 싶다.
아마 친구가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쯤 끝도 모르는 어둠 속에 갇혀 진작에 내 삶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날 살게 한, 내게 제일 소중한 별이 내 곁에서 그 빛을 잃지 않고 빛나기 위해 나도 노력을 해야겠다.



내겐 가장 밝은 별.
그 별이 내 곁에 계속 떠 있는 한은,
무서워도 한걸음 어둠 밖으로 용기 내어 발을 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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