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체로 작은 것부터 큰 선택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묻는다. 내 선택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늘 결정장애라는 말로 내 선택의 이면에 숨어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알게 모르게 미루는 비겁한 사람이었다. 타인에게 미룬 선택은 결국에 내 선택이었고 자의든 타의든 내가 선택한 길은 대체로 힘들었다. 때문에 나는 선택을 하기 전에 점점 더 망설이고, 내 선택을 불신했다.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면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며 조금 더 이득 볼 상황을 골랐다. 내가 좋고 싫은 건 배제된 채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마음이 시키는 건 무시하고 온전히 내가 선택해야 할 순간에 다른 사람들이 갈 것 같은 길을 택하며 이성적인 선택을 하려 했다. 그 선택이 나를 망치는 선택이었을 때도 많았고, 망설이며 선택을 미루다 더 안 좋은 상황을 마주한 적도 많았다. 그럴수록 더 선택을 앞에 두고 항상 두려웠고 나를 의심했다. 내 선택이 또다시 잘못된 결과를 가져다줄까 봐, 분명히 이번에도 잘못된 선택을 할 것 같아서. 때문에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면 날 믿지 못하고 내 선택을 대신 해 줄 누군가를 찾아 헤맸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없어지고 세상이 원하는 대로 끼워 맞출 선택을 해 온 내 텅 빈 껍데기만 남아있었다.
내 선택이 아닌 선택들에 의존하며 나는 항상 공허한 마음을 안고 살았다. 대체로 과거의 내 선택에 대한 후회만 하면서 그 선택에 한마디라도 얹은 사람들을 원망하거나 결국 그 선택을 한 나를 증오했다. 나는 항상 조금 더 나은 내 삶을 위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머리만 앞서고 내 마음이 따르지 않은 선택들은 날 망치는 선택이었다. 내 선택에 말을 한마디씩 얹었던 주변 사람들은 내 선택이 잘못되었을때면 후회하는 내게 자주 얘기했다.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그 선택은 하지 말라고 했잖아' '넌 꼭 내가 하라는대로 안해서 일을 이렇게 만들더라.'
그럴 때면 무력하게 역시 난 안되는 사람이라며 좌절했다. 고작 쉬운 선택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구제불능, 그게 내가 보는 나였다. 나는 늘 불안한 내가 할 선택이 두려웠다. 이대로는 내가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할까 봐, 이 세상 속에서 점점 나는 지워질 까 봐 그게 더 무서웠다.
하지만 이미 내가 선택한 길이다. 분명한 건 내 선택에 후회할지언정 되돌릴 수도 없고, 이미 먼 길을 떠나왔다는 거다. 좋든 싫든 그 선택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아무래도 그 선택은 내겐 최선의 선택들이었다 믿고 싶다. 선택에 대한 후회가 시작되다 보면 끝이 없다. 그때 이런 선택을 했었더라면, 내가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런 생각을 사실 늘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후회로 보낸다. 하지만 그 선택들을 하고 난 지금의 나도 꽤 나쁘지 않다. 반대로 내가 후회했던 선택들을 했을 때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을 마주했을 수도 있는거다. 지금까지의 내 선택에 늘 폭우가 쏟아졌을지라도 어느 순간엔 폭우인지 알았던 비가 꽃비일 수도 있고, 결국 그 폭우를 견디며 지금껏 더 굳건하게 살아왔으니까. 그러니 부디 과거의 내가 한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꿋꿋이 내 길을 갔으면 좋겠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먼 길을 돌아가더라도, 잘못된 선택을 해서 돌아가는 과정에서 만신창이로 폭우를 맞을지라도, 결국 목적지에만 다다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