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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꽃 Aug 26. 2024

내가 선택한 길에 폭우가 쏟아질 지라도

선택에 대한 유연한 마음

나는 대체로 작은 것부터 큰 선택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묻는다.
내 선택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늘 결정장애라는 말로 내 선택의 이면에 숨어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알게 모르게 미루는 비겁한 사람이었다.
타인에게 미룬 선택은 결국에 내 선택이었고
자의든 타의든 내가 선택한 길은 대체로 힘들었다.
때문에 나는 선택을 하기 전에 점점 더 망설이고,
내 선택을 불신했다.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면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며 조금 더 이득 볼 상황을 골랐다.
내가 좋고 싫은 건 배제된 채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마음이 시키는 건 무시하고 온전히 내가 선택해야 할 순간에 다른 사람들이 갈 것 같은 길을 택하며 이성적인 선택을 하려 했다.
그 선택이 나를 망치는 선택이었을 때도 많았고,
망설이며 선택을 미루다 더 안 좋은 상황을 마주한 적도 많았다.
그럴수록 더 선택을 앞에 두고 항상 두려웠고 나를 의심했다.
내 선택이 또다시 잘못된 결과를 가져다줄까 봐,
분명히 이번에도 잘못된 선택을 할 것 같아서.
때문에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면 날 믿지 못하고 내 선택을 대신 해 줄 누군가를 찾아 헤맸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없어지고 세상이 원하는 대로 끼워 맞출 선택을 해 온 내 텅 빈 껍데기만 남아있었다.



내 선택이 아닌 선택들에 의존하며
나는 항상 공허한 마음을 안고 살았다.
대체로 과거의 내 선택에 대한 후회만 하면서 그 선택에 한마디라도 얹은 사람들을 원망하거나
결국 그 선택을 한 나를 증오했다.
나는 항상 조금 더 나은 내 삶을 위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머리만 앞서고 내 마음이 따르지 않은 선택들은 날 망치는 선택이었다.
내 선택에 말을 한마디씩 얹었던 주변 사람들은 내 선택이 잘못되었을때면 후회하는 내게 자주 얘기했다.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그 선택은 하지 말라고 했잖아'
'넌 꼭 내가 하라는대로 안해서 일을 이렇게 만들더라.'

그럴 때면 무력하게 역시 난 안되는 사람이라며 좌절했다.
고작 쉬운 선택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구제불능,
그게 내가 보는 나였다.
나는 늘 불안한 내가 할 선택이 두려웠다.
이대로는 내가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할까 봐,
이 세상 속에서 점점 나는 지워질 까 봐 그게 더 무서웠다.


하지만 이미 내가 선택한 길이다.
분명한 건 내 선택에 후회할지언정
되돌릴 수도 없고,
이미 먼 길을 떠나왔다는 거다.
좋든 싫든 그 선택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아무래도 그 선택은 내겐 최선의 선택들이었다 믿고 싶다.
선택에 대한 후회가 시작되다 보면 끝이 없다.
그때 이런 선택을 했었더라면,
내가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런 생각을 사실 늘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후회로 보낸다.
하지만 그 선택들을 하고 난 지금의 나도 꽤 나쁘지 않다.
반대로 내가 후회했던 선택들을 했을 때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을 마주했을 수도 있는거다.
지금까지의 내 선택에 늘 폭우가 쏟아졌을지라도
어느 순간엔 폭우인지 알았던 비가 꽃비일 수도 있고,
결국 그 폭우를 견디며 지금껏 더 굳건하게 살아왔으니까.
그러니 부디 과거의 내가 한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꿋꿋이 내 길을 갔으면 좋겠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먼 길을 돌아가더라도,
잘못된 선택을 해서
돌아가는 과정에서 만신창이로 폭우를 맞을지라도,
결국 목적지에만 다다르면 된다.


괜찮다.
아직 잘못된건 아무것도 없다.
가보지 않은 길에 지레 겁먹지 말자.


선택에 대한 누군가의 유연한 마음, 연천 오늘과 내일 책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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