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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꽃 Aug 19. 2024

내가 사랑하는 콤플렉스

나와 같은 코를 가진 사람

내 오랜 콤플렉스는 코다.
나는 높지 않고 동그란 코를 가지고 있다.
내 동그란 코는 내겐 늘 바꾸고 싶은 콤플렉스였다.
때문에 어릴 땐 한참 코 높이는 수술도 알아보고,
콧볼 줄이는 수술도 알아봤었다.
대학생이 되자마자 다짜고짜 코 수술을 하겠다는 내게
나와 같이 동그란 코를 가진 엄마는,
다른 건 몰라도 코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면서
내 코가 본인을 닮아서 관상학적으로 복이 많은 코라고, 복을 가져다주는 복코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의 높고 뾰족하고 예쁜 코가 늘 부러웠지만
필러든 콧볼 축소수술이든 뭐든 다 안된다는 엄마의 완강함에 결국 나는 코 수술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내 코는 늘 마음에 들지 않아서,
늘 코가 조금이라도 작아 보였으면 해서 코가 작아 보이게 하는 코뽕을 산다거나 습관처럼 코에 힘을 주고 다니고 집에서는 코를 집게로 집고 다니곤 했다.



시간이 지나 코 수술을 하겠다는 고집은 수그러들고
내 콤플렉스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즈음,
작년에 처음 만난 남편은 나와 같은 코를 가진 사람이었다.
남편과 대화를 하며 내 코가 콤플렉스라 수술을 하고 싶다 하니 예쁘다고, 그렇게 낮은 코도 아니고 귀엽다고 나를 만류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말을 하는
남편도 나보다 코는 높았지만 나처럼 복코였다.
처음 만났을 땐 사람은 착해도 코가 뭉툭해서 별로 잘생겨 보이지도 않고 좋지도 않았는데,
내게 최선을 다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몇 번의 데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점점 마음을 열고 좋아하게 되면서
보면 볼수록 나와 닮은 동그란 코가 꽤 귀엽게 보였다.
남편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늘 콤플렉스였던 내 코를 귀여워했다.
나는 여름이나 긴장했을 때 늘 코에만 땀이 나는데,
내 동그란 코가 항상 촉촉해져 있는 걸 보고는
나보고 강아지 같다고 했다.
강아지들은 늘 코가 촉촉한데
내 코는 강아지 코처럼 동글동글하고 늘 촉촉한 게 딱 강아지라며 날 귀여워했다.
한 겨울에도 코가 촉촉한 날 볼 때마다 남편은
'왜 늘 코에 땀이 나있어?'
하면서 코를 한번 톡 건드리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로의 코를 뽐내듯 동그란 코 끝을 누르고 돌리면서 '봐봐! 내 코는 이렇게 유연하다! 이만큼 누를 수 있어!'
하며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코를 뽐내기도 했고,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의 코를 잔뜩 늘려 보이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귀여워했다.
우리의 콤플렉스는 우리에겐 오히려 서로를 더 좋아하게 되는 계기였다.



결혼 후 처음 맞는 여름,
엄청난 더위에 내 코는 항상 촉촉해져 있고 남편은 시원한 곳에서도 늘 촉촉한 내 코를 닦아주기 바쁘다.
코에만 땀이 나는 나를 위해 늘 티슈를 챙겨 다니며
돌아서면 코에 땀이 맺혀있다며 신나게 웃고는 슬쩍 닦아준다.
우리가 서로를 알아본 우리의 코,
미웠지만 내게 나와 같은 시랑을 가져다 준 코.
나는 나의 콤플렉스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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