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한 동학사 산책
공주 여행 중 마주친 행복의 순간
혼자 공주 여행을 하던 어느 아침엔
아침산책을 위해 여섯 시에 동학사를 찾았다.
주차장에서부터 동학사까지 오르막길 1.5km를 올라야 해서 무더운 한낮엔 걷기 힘들 것 같아 이른 시간에 길을 나섰다.
주차장에서부터 걸어가던 길,
여기저기 돌을 뒤집고 공사 중이었다.
피서철엔 붐볐을 이곳의 풍경을 잠시 그려보다 길을 재촉했다.
식당가를 지나 안내소가 나온다.
등산로와 국립공원 안내도 있는데,
평일 이른 아침이라 그런 건지
등산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들어가자마자 졸졸 물소리가 들린다.
멈춰 서서 동학계곡의 설명을 잠시 읽었다.
이 입구를 통과하고 나면,
그때부턴 정말 오르막길뿐이다.
아침이라 사람이 아무도 없어 한적했던 길.
중간쯤 올라가면 보이는 건물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절이 나온다.
마침 처음으로 내려오는 사람을 마주쳐서
아직 멀었냐 물으니 '조금만 더 가면 돼!'
하셨는데 내 기준엔 조금만이 '조금 많이' 멀었다..
운동을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산을 올랐다.
곧이어 나타난, 감탄을 자아내게 하던 큰 절의 풍경
뒷 산과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예뻤다.
모든 건물이 자연과 함께라 더 아름다워 보였다.
여기선 절을 하고,
얼마 전 마주친 고양이가 좋은 곳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원을 빌었다.
소원을 빌고 나와서 본 풍경도 장관이었다.
시선을 사로잡는, 누군가가 기와에 예쁘게 그려둔 풍경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치즈 고양이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눈을 감고 있다가 나를 보자마자 성큼성큼 걸어온다.
아마 사람 손을 많이 탄 고양이인지,
나를 따라다니면서 쓰다듬어달라고 했다.
계속 쓰다듬어 주다가 이곳에 있는 고양이의 사진을 예쁘게 남기고 싶어서
'거기 잠깐만 있어봐!!'
얘기하고 우다다 달려와서 동영상을 찍으려는데 바로 쫓아와 내 손을 찾는다.
여행지에서 이런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만나는 건 정말이지 행운이다.
한참 놀다가 인사하고 내려와 마저 절을 구경했다.
희한하게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아는 건지,
이 돌 밑으론 따라오지 않았다.
바로 옆의 건물들도 구경하고,
이곳 곳곳의 풍경을 잠시 감상했다.
적당히 구경하고 돌아가려는데 아직 고양이가 여기 망부석처럼 앉아있기에 홀린 듯 다시 다가갔다.
한참 고양이를 찍다가,
고양이의 눈빛이 향하는 풍경도 찍어왔다.
이 풍경과 잘 어울리던 고양이가 이곳을 닮아 평화로워 보였다.
역시 동물이든 사람이든,
환경이 중요하구나를 다시 생각하면서 이곳에 있는 고양이를 마음껏 부러워했다.
또다시 잠시 쓰다듬어주고,
'잘살아- 건강해야 해'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내려왔다.
대답을 해주듯 '야옹' 한 마디 건네는 고양이였다.
멀어질 때까지 나무에서 앉아 쳐다보기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 평화롭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뜻한 마음으로 내려왔다.
귀여운 고양이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지던 아침의 동학사 산책이었다.
부디 산속 절을 닮은 고양이가,
이번 겨울을 무사히 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