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는 다양한 고양이들이 함께했다. 혼자 여행하는 내게 고양이들은 어디서든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경주는 특히 다른 지역보다 고양이가 많았고, 온순하고 대체로 사람을 따랐다. 못 찍은 고양이도 많지만 나는 꽤 많은 고양이들의 사진을 찍었다. 경주 여행이 끝났어도 여전히 고양이들의 사진을 보며 계속 미소 짓고 있다. 나는 그저 열심히 귀여워해주다가 온 게 다지만, 어느덧 사진첩을 보니 고양이사진만 한가득이라 나 혼자 웃으며 보다가 이대로 묵혀두기엔 아쉬워 이 귀여움을 같이 공유하고 싶어서 올리는 고양이 사진 모음집
경주여행 첫날 숙소였던 한옥숙소 셔블에서 만난 고양이. 정말 눈이 말도 안 되게 예쁘게 생겼다. 사람을 홀릴 것 같은 눈빛으로 고혹적으로 쳐다본다.
쓰다듬으려고 다가가면 벌떡 일어나 한걸음 멀어지기에 나도 그저 멀리서 지켜봤다. 근데 눈빛이 너무 예뻐서, 나 혼자 '너 정말 예쁘다~ 뭘 먹고 그렇게 예뻐?' 말을 걸으며 놀았다.
내가 왔다 갔다 하며 노는 동안 내 곁에 늘 맴돌던 고양이. 아마 사람을 너무 좋아하지만 용기 내지 못하는 수줍은 아이가 아닐까? 나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계속 가만히 머물렀다.
외출 가던 길에도 항상 여기서 쳐다봤다. 나중에는 '나 좀 나갔다 오려고~ 카페 갔다가 금방 올게~' 얘기하고 나가는 데에 이르렀다. 그럼 고양이는 몇 걸음 떨어져 앞서 걷다가, 대문에 멈춰 서서 배웅하는 듯 가만있었다.
경주 교촌마을의 고양이들! 여기도 유독 고양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사람을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많은 인파 속에서도 눈을 감고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란.. 내가 다가가 말을 걸어도 가만있었다.
교촌마을의 고양이들은 점프도 잘한다. 담장을 척척 넘어서 여기저기에 앉아있다. 고양이들은 늘 유심히 보다 보니 점프하는 것도 꽤 많이 봤는데, 마치 날개가 달려있는 것 같았다. 높은 곳도 슈웅 날아올라 여유롭게 앉았다.
지나던 길에는 고양이들과 함께 산책도 했다. 여유롭게 대릉원 옆길을 걷는데, 언제부턴가 까만 줄무늬 고양이가 내 옆에서 걸었다. 함께 걷다가 갈림길에서 옆으로 걷기에 나는 이번에도 '너는 거기로 가는 거야? 잘 가~' 인사를 하고 내 길을 떠났다.
숙소 옆엔 운세 뽑기 같은 걸 하던 곳이 있었다. 내 숙소는 주차장과 멀어서 아침에 차에 가지러 갈 게 있어서 산책 겸 차로 향하다가, 뽑기 하던 곳 위에 고양이가 누워있어서 나는 무심코 지나가다 큰 노란 덩어리(?)를 보고 '어머나!'화들짝 놀랐다. 내 목소리를 듣곤 눈 한쪽을 간신히 뜬 고양이가 나를 쳐다본다.
그러데이션으로 조금 더 눈을 뜬 고양이 사진. 이내 두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켜더니, 바로 뒤의 마당으로 점프를 한다.
경주의 카페에서도 고양이들을 봤다. 카페 솔에 사는 고양이들인데, 여기 직원분들이 밥을 챙겨 주셨다. 근데 원래 길고양이라서 그런지 밥을 주는 직원분들도 경계했다. 경계하면서도 직원분이 돌아서면 어느덧 뒤를 따르는 모습이 참 예뻤다.
경주의 불국사에선 우연히 골목길을 걷다가 고양이들을 마주쳤다. 이미 카페를 갔다 온 후였는데, 얘네를 본 이상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그냥 잤다. 마치 인형처럼.. 한가롭게 여기서 졸고 있었다.
홀리듯 카페로 들어와 사진을 찍으니 쓱 돌아보고는 또다시 잤다.
그런 고양이를 놔두고 혼자 책을 읽고 있는데, 어느덧 내 테이블 밑에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나 혼자 '여기 왜 왔어! 햇빛이 뜨거워?' 하면서 아는 체를 하니 내 옆 테이블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마치 그림 같던 고양이. 어느 곳에 머물러도 이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카페 올드시티- 아마 곧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이 고양이들에 이끌려 들어오는 손님들도 많았다.
얘는 올드시티에 있는 다른 고양이인데, 내 옆에서 내내 퍼질러 누워있었다. 엉덩이를 톡톡 만져주니 눈을 감고 가만있는다.
어느덧 카페를 나올 시간, 이 시간이 제일 아쉬웠다. 이곳과 고양이들과 너무 잘 어울리는 남자 사장님이 바깥까지 나와서 고양이들과 함께 배웅해 주셨다. 그 모습이 정말 그림 같아서, 지금도 내 마음속에 예쁘게 남아있다.
얘는 불국사코코한옥스테이에서 만난 고양이이다. 산고양이라는데, 한쪽눈이 아파서 여기 사장님이 매일 안약을 넣어주신다. 그래서 사장님도 잘 따르고 손님들도 좋아한다. 얘는 잘 운다. 사람을 보면 계속 울면서 쫓아다니는 탓에 나는 여기 묵은 내내 얘를 찡찡이라고 불렀다.
내가 안에 있으면 이렇게 앉아서 '우애앵!' 운다. 울 때마다 꽤 자주 나가서 얘를 쓰다듬어줬다.
그래서 얘 때문에 방을 놔두고 내 방 바로 옆의 파고라에 자주 앉아있었다. 앉아서 얘를 쓰다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떠나기 전 어느 날 아침, 아침을 먹으며 파고라에 앉았는데 귀신같이 나타나 테이블 위로 올라온 고양이. 쓰다듬어주고 있는데도 더 쓰다듬어달라고 몸을 기댔다. 한 번씩 나를 올려다보곤 했는데 한쪽 눈이 아픈 게 마음에 걸렸다.
안녕 고양아, 나는 너를 사랑으로 기억할 거야. 다음여행에 다시 보러 갈게! 그때는 너의 눈이 다 나았으면 좋겠다.
다시 올라가던 길의 제천 카페 XOXO에서는 까만 고양이를 봤다. 털을 깎아 놓은 모양새가 마치 양말을 둘러놓은 듯했다. 정말 너무 귀여운데, 하는 행동도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다.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슬렁어슬렁 내 옆에 오기에 만져주니 잠시 앉아있다가, 바깥으로 향한다. 나를 따라 같이 나오기에 뒤의 사장님을 쳐다보며 '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나가도 돼요? ' 물으니 ' 놔두면 산책하고 알아서 돌아와요~' 하신다. 산책을 하는 양말 신은 고양이라.. 내가 여행에서 본 고양이 중 제일 기억에 남는다.
휘적휘적 걸어와서는 잠깐 여기 앉아 주변을 그저 둘러보기에 나는 고양이에게 손을 흔들며 떠났다.
내가 여행에서 함께 한 수많은 고양이들 덕분에 나는 혼자였지만 늘 혼자가 아니었다. 외로운 내 곁에 그저 머물러주고, 같이 걸어준 거리의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고양이가 있어서 모든 장소가 더 빛났다. 무궁무진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 많은 고양이들 덕에, 이번 혼자 떠난 여행에서 나는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좀 더 사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