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 하나 없는 시골살이를 시작하면서처음 몇 달간의 나는 외로움과의 사투로 괴로워했다.
사람도 잘 다니지 않는 곳이라
간혹 베란다 너머로 사람소리가 들리면 부리나케 달려가 구경을 하다가 그런 내 모습에 연민을 느끼며 울곤 했다.
종종 내 인생이 망가졌다 생각했고 그저 시간을 빨리 보내는 게 급급했기 때문에 처음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무얼 할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냥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다 요즘엔 뭐라도 하면서 내 일상을 찾아가고 있다.
서서히 이곳에서 내 일상이 될 것들을 채워가는 중이다.
때문에 요즘의 나는 취미 부자다. 시골에선 무궁무진한 게 시간이라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후로 매일 뭐라도 해보려고 한다. 최근엔이것저것 취미로 할만한 걸 주문했다. 펠트 인형 만들기를 여행 갈 때 가져가서 해봤는데 비록 도안과는 많이 다른 새로운 인형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귀여워서 좋았다.
도안과는 다르지만 귀여운 나만의 인형,
처음엔 손도 많이 찔리고 생각처럼 예쁘지도 않아서 미워 보였는데 처음의 서툰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라 그런지 소중하게 간직하게 된다.
여기저기 카페를 다니는 것도 좋아해서 처음엔 커피도 배웠었다. 스팀이나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우는 건 물론 재밌었지만, 나는 내가 카페에 머무르기보다는 곳곳의 예쁜 카페를 다니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요즘엔 카페투어를 다니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결과적으로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
조금 멀긴 하지만 근방의 지역들을 돌며
여기저기 카페를 찾아다니며 카페마다 특색을 살피고 기록한다.
각각의 사장님의 취향들이 담긴 공간들을 갈 때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러 가는 설렘이 생긴다.
종종 가는 카페 사장님들과는 안부도 묻고스몰토크도 한다.
카페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내 세상이 매일 넓어지고 있다.
카페를 다녀오고 나면 밤에는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스크래치 그림을 긁고 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정교한 일이라 사실 하나 완성하곤 (가까이서 보면 완전한 완성은 아닌) 다른 그림들은 넣어뒀다.
스크래치 그림에 흥미를 잃은 나는 그림 그리기도 샀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와 부귀화,
첫 도전이었는데 내가 도전한 그림은 난이도가 높은 그림들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않고 각각 일주일씩에 걸쳐서 만든 나의 그림들.벽에 걸어놓고 매일 뿌듯하게 쳐다보곤 한다.
다행히 차로 십 분 거리의 면사무소 근처에는 작은 도서관이 하나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사내면도서관에 가서 책들을 빌려본다.
이곳에 산지 벌써 일 년이 되었다고
이제는 안 읽은 책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나의 취미는 산책이다.
시골에 살면서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계절마다 예쁜 꽃을 피워내는 자연이 참 예쁘고 기특하다.
외로움에 사무쳐 우울할 때마다 밖으로 나가면 이 꽃들이 나를 달래준다. 시골에 살며 누릴 수 있는 제일 큰 행복이라면, 바로 이 자연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