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 문과, 비전문직도 이직이 가능할까
입사한지 딱 3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입사 동기중 누군가는 '벌써?' 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달력을 보던 나는 '아직도?'이라는 탄식이 나왔다. 42개월 동안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와 합리성 따위는 개나 줘버린 업무에 고통받았는지. 정말 장하다 장해.
가방 끈까지 늘려가며 공부를 했지만, 대학원에서부터 느껴졌던 '업계 분위기'라는 것이 어째 불안불안했다. (각종 텃세와 꼰대기질, 외부인에 대한 자격지심, 견제, 열정강요 등) 사실 난 '이 분야' 치고는 제법 괜찮은 급여를 받고 있지만, 그건 내 업무를 제대로 평가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호봉제인 임금체계와 대졸 공채로 입사한 내 신분(?) 덕분이다. 각종 불합리성이 정당하게 판치는 이 판을 뜨고 싶은 생각이 너무 간절하다.
그렇기에 입사 직후부터 나의 큰 관심은 커리어 전환이었다. 처음에는 자격증 공부를 해볼까 싶어서 공인중개사 시험을 끄적거려봤지만 (야심차게 ㅇㄷㅇ 결제), 2주 여름휴가를 다녀오니 머릿속이 전부 포맷되어 버렸다. 애초에 너무 생소한 분야였고, 공부도 열심히 안했으니 변명거리도 없다. 그나마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지만 이제와서 토익 990점이 다시 필요한 것도 아니니 집중력은 바닥을 쳤다. 그렇다고 빅데이터, AI, 프론트엔드, 백엔드 이런건 공인중개사보다 더 멀리, 아득히 느껴지니 어찌해야하나. 그나마 회사에서 운영하는 사내 커리어 전환 프로그램에 두 차례 지원해보았으나, 어문계열 전공의 4년차 마케터를 필요로 하는 팀은 없었다. 에휴, 이제 밖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사실 마케팅 업무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 자체는 흥미롭고, 자발적으로 나서서 아이디어를 제안한적도 많다. 역시 문제는 필드와 회사 자체의 문제인것 같다. 그럼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내 목표점을 생각해보았다.
- 안정적인 업종과 회사 리더의 비전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고, 해마다 올라야하니까)
- 수도권 중심 근무 (32년째 서울에서 살고있습니다만?)
-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고, 수평적인 분위기 (상호 존중은 기본 아닐까?)
- 커리어 발전에 자극을 줄 수 있는 팀 동료와 리더 (시기·질투ㄴㄴ 역량 개발 지원 ㅇㅇ)
- 사람 중심 (회사를 굴리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판교 IT회사, 스타트업에서조차 온갖 비리(?)와 악습이 기사화 되고 있는 와중에, 저런 유니콘 같은 회사가 있을까 싶지만. 일단 꿈은 크게 키우는게 좋으니까.
일단 이번주 면접부터 뿌시자.
(이미 예상퇴직금 조회 完, 퇴사 멘트 준비 完, 희망퇴직일 셋팅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