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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리 Jul 03. 2021

초보운전으로 살아남기

셀프 주유소는 무서워

차량 등록 후 155일. 주행거리 1,500km.


32년 동안 내가 모든 돈으로 산 가장 비싼 재산. 

나의 아반떼 CN7 (a.k.a 케챱이)


초반에는 운전미숙(면허 따고 3달 만에 신차 뽑은 나란 사람)과 주차 공간 문제로 거의 차고에 넣어두고 살았으나, 이제 주말마다 운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55일을 기념하여, 그간 초보운전으로 겪은 에피소드를 정리해본다.


주차장

운전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주차다. 특히 나는 평생 아파트에서 살았던 터라, 주택가의 주차 대란이 이렇게 심한지 몰랐다. 일단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것부터가 최대 난코스다. 우리 집은 2대 주차공간이 있고, 우리가 집주인이라 공간 확보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대신 공간이 2대인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매번 나가려면 앞차한테 빼 달라고 해야 하는데, 자칫 얼굴 붉힐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세 달 동안 계속 눈칫밥만 먹다가, 결국 외부에 다른 주차 공간을 확보했다. 비록 한 달에 4만 원씩 내야 하지만, 그래도 주차 걱정은 겨우 한시름 놨다.


메인 주차장 말고도, 방문지에 따른 주차 문제도 자주 발생한다. 내 경우, 첫 고난은 백화점 지하주차장이었다. 뒤에서 빵빵 클랙션을 울리다 못해, 옆으로 와서 얼굴까지 쳐다봤다. 젊은 남자분이었는데, 입모양으로 적나라한 육두문자가 보였다. 그때 조수석에 아빠가 없었으면 아마 울었을지도. 내려가고 올라가는 건 그렇다 쳐도, 주차를 하다 보면 앞으로 뺐다 뒤로 넣다 한 5번은 (최소) 반복해야 하는데 옆에 기다리는 차라도 있으면 속이 탄다. 이럴 땐 일단 대충이라도 넣어놓고, 차 통행을 먼저 시키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대충이라도 먼저 넣는 것' 자체도 어렵다.


그리고 절대 가지 말아야 할 지하주차장이 있다. 바로 오래된 상가건물이나 회사 빌딩. 최소한의 공간으로 주차장을 만들기 때문에 입출차 자체가 일단 어렵고, 내부 공간도 무지하게 비좁다. 특히 소형 건물의 지하주차장은 내려가는 각도(?) 자체가 비인간적인 경우도 있었다. 여의도 오래된 빌딩 지하주차장에 갈 바에 공영주차장에 대고 돈 내는 게 속편 하다.


내비게이션

처음에는 일단 순정 내비만 썼다. 안 그러면 굳이 풀옵션으로 10.25인치 통합 디스플레이를 설치한 이유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추천해주는 경로가 수상하다. 아니 5분 빨리 가기 위해, 유료도로를 통과하라고? 고속도로 길도 최대한 통행료를 많이 내는 곳으로 추천해주는 이상한 느낌? (한참 후에 '유로도로 최대한 회피' 등의 선택 기능이 있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티맵보다 예상 소요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 길도 골목길만 알려준다. 순정 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올 때쯤, 티맵은 펭수 목소리 설정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티맵으로 옮겼다. (펭수 목소리 기능은 유료였지만.) 


근데 티맵도 썩 만족스럽진 않다. 순정 내비가 '오른쪽에서 두 번째 차로를 이용하세요' 등 세심한 설명으로 제법 친절했던 것에 비해, 티맵은 전달해주는 정보량이 많진 않았다. 그리고 디스플레이에 나오는 맵 해상도도 아무래도 순정 내비보다 떨어진다. 게다가 차량 연동이 안되다 보니, 클러스터에 길 안내도 안 나오고... 암튼 결국 지금은 티맵과 순정 내비를 적당히 섞어서 쓰는 중이다. 그러지 말고, 카카오 내비도 써볼까? 맘에 드는 내비게이션을 찾아 적응, 정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주유소

주유소마다 가격이 이렇게 천차만별이라니? 주변 주유소 가격을 검색해보니, 최대 리터당 30원까지도 차이가 났다. 일단 싸게 넣어야겠다는 마음에 무턱대고 인근에서 가장 저렴했던 셀프 주유소로 갔다. 그런데 셀프 주유는 어떻게 하는 거지?


'키오스크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었다. 일단 삼성 페이가 안되길래 1차로 당황하다가, 겨우겨우 신용카드를 찾아서 꼽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아저씨가 소리를 지른다.


"아가씨!!! 언제까지 주유할 거야? 나는 벌써 다했는데!!!"

"어이구. 나 빨리 가야 해!!"


이제 겨우 막 주유구를 열었는데. 누가 봐도 어설펐다. '기름이 들어가는 게 맞나?'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그런데 소리 지른 아저씨 뒤로도 줄줄이 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왜냐면 이 근방에서 여기가 제일 싼 주유소였으니까. 맘이 초조해져서 결국 '다 됐겠지?'라는 마음으로 대충 호스를 뽑고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주행 가능 거리 숫자가 변함이 없다. 아까 5만 원 먼저 결제했는데 어쩌지? 불안했지만, 클랙션을 울리는 아저씨들 때문에 일단 차를 뺐다.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먼저 결제했던 5만 원은 취소되어있고, 250원이 새로 결제되어있었다. 



나는 아저씨들에게 실컷 눈치 보고, 욕먹고, 250원어치 기름을 주유했다. 그리고 그 뒤로 아직까지 셀프 주유소에 가지 않고 있다. 직영 대리점에 가면, 친절하게 기름 넣어주고 인사도 받아주시니까. 


세차장

첫 세차를 기계 세차로 하면 미친 짓일까? 야외 주차를 하다 보니 금세 먼지가 뽀얗게 쌓이는데, 더러운 빨간색 차를 타는 것은 누가 봐도 못할 짓이다. 그래서 나갈 때마다 5천 원을 주고 기계 세차를 돌렸다. 후에 알아보니 기계 세차는 표면을 마모시키는 행위라서, 새 차는 최소 2년 정도는 절대 하면 안 된다고 한다. 물론 아빠는 "BMW랑 벤츠도 다~ 기계 세차하는데?" 한마디로 날 침묵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일단 4만 원짜리 셀프 세차 용품 세트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카샴푸와 손걸레, 왁스, 클리너 등이 바스켓에 담겨있는 제품이었다. 트렁크에 넣어두고 셀프세차장에 가서 써볼 생각에 들떴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고, 물론 셀프세차장은 아직 가지 않았다. 거의 매일 소니기 샤워를 하고 있다. 장마가 끝나면 세차장에 다녀올 생각이다. 살짝 기대도 된다.




결혼하기 전까지 탈 생각으로 산 아반떼 CN7. (a.k.a 케챱이) 

10년 타는 건 아니겠지...

아무튼 안전 운전하며, 재밌는 시간 함께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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