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비 Jan 02. 2019

돌로미테 알타비아 0

= 7월26일 : 인천공항  밤 11시55분 에미레이트 항공 탑승 - 04:25 두바이 도착(9hr30)     


= 7월27일 : 두바이 09:05 비행기 탑승 - 13:25 베네치아 도착(6hr20) - 15:15분 cortina express 버스 탑승  - 17:20 코르티나 담페초 도착 - 올림피아 호텔 체크 인 - 시내관광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호기심은 낯섦에서 비롯된다. 같은 장소라도 날씨와 상황에 따라 공간은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올라갈 때 보는 산과 내려올 때 보는 산은 다른 모습이다. 자주 가던 익숙한 장소가 낯설게 보이면 한 번 더 눈길을 주게 된다. 어떤 변화가 생긴 건지 찾아보게 된다. 마침내 낯섦의 원인을 발견하면 마치 어려운 수수께끼를 풀어낸 것 같은 성취감을 얻게 된다. 걷기는 낯섦을 찾아 떠나는 느린 여행이다.   

   

두바이를 경유하여 베니스 마르코 폴로 공항에 도착했다. 돌로미테 여행의 거점 도시 ‘코르티나 담페초(Cortina d'Ampezzo)까지는 코르티나 익스프레스 버스를 타고 간다. 2시간 10분 소요.

코르티나 담페초는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주에 속한 휴양 도시(해발 1224m)이다. 암페초 계곡을 끼고 거대한 바위산들이 장벽처럼 둘러싸고 있어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1956년에 제7회 동계올림픽대회가 개최되었었고, 007 영화 ‘유어 아이즈 온리’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 샤모니처럼 리프트와 케이블카가 발달되어 있어 겨울이 되면 스키를 즐기려는 스키어들로 붐비는 곳이다.     

도시는 소박하고 평화롭다. 시내는 높다란 종루가 눈에 띄는 교회를 중심으로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오가는데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오늘 묵을 숙소는 버스터미널에서 5분 거리의 올림픽아 호텔. 터미널에서 찾아가기 쉬운 곳에 숙소를 정했다.     


- 왜 그래요? -    


체크인을 하다가 한국에서 온 아가씨 한 명을 만났다. 아침에 호텔에 짐을 맡겨두고 돌로미테의 대표적 관광지인 ‘트레 치메(Tre Cime)’에 다녀왔다고 한다. 우리는 6박 7일 일정으로 길을 걸으러 왔다고 했더니 “왜 그래요?” 하고 묻는다. 허걱. 그러게. 우리는 왜 그러려고 하는 걸까? 말문이 막힌다. 그냥 빙긋이 웃어주었다.

    

짐 정리를 마치고 거리로 나섰다. 이탈리아의 휴가기간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7월말부터 8월 중순까지가 성수기다. 거리는 왁자지껄 활기가 넘친다. 관광객을 가득 실은 코끼리 열차도 보이고.

미리 예약해 둔 코르티나의 맛집 ‘일 비지에또’ 식당을 찾아갔다. 듣던 대로 실내 분위기는 좋았지만 음식 맛은 그렇게 후한 점수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트레킹 중에 산 속 산장에서 먹은 음식들이 훨씬 더 맛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거리를 구경하며 호텔로 돌아오는데 후두둑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우르릉 쾅, 천둥소리와 함께. 아! 이런 게 돌로미테의 뇌우라는 거구나. 떠나오기 전 제일 큰 관심사는 날씨였다. 비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트레킹 중에 비가 내리면 아무래도 성가실 수밖에 없다. 멋진 경치를 흐린 날씨 때문에 보지 못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어떤 후기에 보니 ‘트레 치메’가 운무에 싸이는 바람에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고 토로하는 글을 읽었다.     


전 세계의 날씨를 알려준다는 ‘웨더 닷컴(www.weather.com)'의 일기 예보는 너무나 비관적이었다. 일주일 예보 상, 연일 비구름에 뇌우를 동반한 소나기 샤워. 해가 쨍하던 파란 하늘에 어느 새 먹구름이 몰려는가 싶더니 금세 비를 뿌린다. 이런 식이구나, 뇌우!  

   

비도 피할 겸 서점에 들렀다. ‘돌로미테 알타비아 1’ 지도를 구입하기 위해. 그런데 딱 마음에 드는 지도가 없다. 어떤 것은 너무 간략하고 대개는 너무 자세하다. 알타비아 1 전 구간을 다 보려면 두툼하게 접어지는 지도 책 4권을 구입해야 했다. 산군이 워낙 넓게 펼쳐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 지도 구입을 포기했다. 그냥 가이드북의 간이 약도에 의지해보기로. 그러나 우리는 지도를 구입하지 않은 대가를 나중에 톡톡히 치르고 만다.     


한바탕 시원스레 쏟아지던 빗줄기는 어둠이 내려앉자 서서히 긋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탈리아 돌로미테 알타비아 트레킹 20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