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주의

by 산비

“삶의 가장 큰 상실은 죽음이 아니다. 가장 큰 상실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 버리는 것이다. 불행은 별에 이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별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불행은 이르고자 하는 별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합니다. 별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은 더 불행한 사람이겠지요. 별은 바로 꿈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루고 싶은 꿈이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무의미한 삶을 사는 것입니까? 삶은 어떻든 살아지는 것이겠지만, 그 삶이 값어치 있고 빛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죽을 때 후회스럽지 않기 위해서는 뭔가 의미 있는 것을 이루는 삶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전작주의란,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흐르는 흐름은 물론 심지어 작가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징후적인 흐름까지 짚어 내면서 총체적인 작품세계에 대한 통시, 공시적 분석을 통해 그 작가와 그의 작품세계가 당대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찾아내고 그러한 작가의 세계를 자신의 세계로 온전히 받아들이고자 하는 일정한 시선'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한 작가를 골라서 그 작가의 모든 저서를 통째로 구워삶아 그 작가의 세계관을 완전히 꿰뚫는 것이다.”

“이런 독서법이랄까 지적 탐구 방식을 지향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헌책방과의 인연이 중요해지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문득 어떤 작가에 관심을 가지고 그가 쓴 모든 저서를 찾아내려고 하면 이미 절판된 것도 꽤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일반 대형서점만 찾는 것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느 헌책 수집가의 세상 건너는 법'이라는 부재를 달고 있다.”


혹시 아까 책 한 권 주문 넣으셨다는 게 조희봉의 <전작 주의자의 꿈>이란 책인가요? 조희봉 씨에 대해서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다가 프로네 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찾아보고서야 내공의 깊이가 상당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중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강호에 은둔하고 있는 고수들이 많지요. 그들을 보며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고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자책하지는 맙시다. 이만큼이라도 우리가 노력하고 사는 것이 어디입니까? 자부심을 가집시다. 서로가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데 힘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우리의 관계입니다. 늦게 퇴근합니다.


2006 6.9 산비


화창한 초여름의 아침입니다. 하늘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주말은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어제 내내 공지영 씨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를 읽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며 겪는 일들을 솔직함 심정으로 고백하고 있어 많은 부분 공감이 갔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그냥, 어느 날 밤, 문득 누군가의 손을 꼭 붙들고 도망치고 싶어 해보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 하지 않겠다고. 그 애달픔을 모르는 자와는 인생을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과 일치하는 것이고, 상대방 속에서 신의 불꽃을 발견하는 것이다.”


“사랑이란 무턱대고 덤벼들며 헌신하여 다른 사람과 하나가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랑이란 자기 내부의 그 어떤 세계를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가는 숭고한 계기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보다 넓은 세계로 이끄는 용기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숭고한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자신을 보다 넓은 세계로 이끌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관계의 방향성입니다.


“일흔이 넘으셨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빛나는 그분의 얼굴. 오래도록 고뇌하고 오래도록 참아냈고 오래도록 사막을 견디어냈다가 이제 막 고개를 들고 별빛을 우러르는 견고하고 맑은 고독을 저는 그 얼굴에서 보았습니다.”


한때 간첩 ‘깐수’라고 불리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수일 씨를 공지영 씨가 만나보고 그분에 대해서 표현한 글입니다. 정수일 씨에 대해서 별로 안 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렇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그의 학문적 업적과 학구적 자세, 고뇌하는 지식인의 인내와 품성은 인정을 하고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오래도록 사막을 견디어냈다는 대목이 특별히 와 닿는 것은 프로네 님이 사막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부과된 가장 어렵고 궁극적인 것이며 최후의 시련이요, 다른 모든 일이란 실로 그 준비에 불과합니다. 사랑하는 일이란 한결 높고 고독한 독거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2006 6.12 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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