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주문한 책 몇 권이 오늘 도착하였습니다.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루쉰의 편지-루쉰, 쉬팡팡 2.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 정수일 3. 완벽에의 충동 - 정진홍 4. 나비와 전사 - 고미숙 5.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 김남희
우선 김남희 님의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전에 제가 말씀드렸던 책입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편>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어 빨리 읽고 싶어 졌습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 가는 길’ 베르나르 올리비에와 파울로 코엘료가 걸었던 바로 그 길입니다.
김남희 님은 서문에서 그때의 소회를 이렇게 말합니다.
“산티아고는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삶에 대해, 지금 발 딛고 선 자리에 대해, 지금 눈앞에 있는 이에 대해, 온몸과 마음이 전율하며 깨어나던 경이로운 체험! 그때 나는 깨달았다. 순례는 이제 끝이 났지만 새로운 순례가 막 시작되었다는 것을.”
“그 길을 걷고 나서 나는 알게 되었다.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문명 전체가 나아가는 방향에 등 돌릴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을.”
‘문명이 나아가는 방향에 등을 돌릴 수 있는 힘’ 참 멋진 말입니다. 자신만의 흔들리지 않는 줏대를 가져야 함과 통하는 말이겠지요. 당신은 문명 전체가 나아가는 방향에 등 돌릴 힘이 있습니까?
이십 년이 흐른 후 당신은 이룬 일들보다 하지 못한 일들로 인해 더 깊이 좌절하리라. - 마크 트웨인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나짐 히크메트
새로운 장의 첫머리에 명구들을 실어 놓았는데 모두 좋은 글귀들입니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인 데다가 너무나 짧아. 그러니 시간을, 젊음을 낭비하지 마. 네 마음을 끄는 무엇이 어딘가에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그곳으로 달려가. 설혹 그 무엇인가를 네 것으로 하지 못한다 해도, 네가 잃는 건 아무것도 없는 거야.”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시작도 하기 전에 움츠러드는 작가에게 여행지에서 만난 카를로스가 하는 말입니다.
“시작했다 하면 바로 끝을 봐야만 하는 조급함. 오늘 산에 들면 정상에 오르기 전에 내려와서는 안 된다는, 결과에 대한 집착이 나로 하여금 뭔가를 시작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천천히, 내 속도대로 가는 끈기, 그 마음의 여유가 부러울 뿐이다.”
대개의 한국인의 정서가 그렇습니다. 그것이 산업사회의 눈부신 발전을 이끈 힘이었겠지요. 그러나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끈기와 여유를 가지고 정석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최후의 승리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NO PAIN NO GLORY” 산티아고 가는 길의 알베르게에서 파는 기념 티셔츠에 인쇄되어 있는 문구입니다. 고통 없이는 영광도 없습니다. 치열한 삶에는 고통이 따릅니다. 그 고통을 감내하고 즐기며 묵묵히 나아갈 때 마침내 우리는 그곳에 서게 될 것입니다.
2006 6.23 산비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 조나단>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갈매기가 오래 못 사는 건 두려움과 짜증, 그리고 지루함 탓이다.”
멀리 날지 못하고 같은 지역에서 한정된 먹이를 찾는 일에만 매달리니 지루하고 짜증이 나서 오래 살지 못 산다는 것이지요. 자기를 내적으로 제한하는 ‘아코모다도르’를 깨부수어야 합니다. ‘나는 안 돼’ ‘난 할 수 없어’ ‘그냥 이대로 살래’하면 안 됩니다. 시야를 넓히고 행동반경을 넓혀야 합니다. 동네 갈매기가 되지 맙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지 맙시다. 인식의 지평을 넓혀 나갑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책을 읽읍시다. 책 속에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참된 삶입니다.
“모든 것이 흘러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이생은 단 한 번 그토록 짧게, 봄날처럼 머물다 사라질 뿐인데, 그 삶의 길에서 몇 번 찾아올지 알 수 없는 이 감정의 흔들림을 끝내 모른 척해도 되는 걸까. 내가 살고자 하는 삶. 그건 자유로운 영혼과 상상력, 정직과 용기로 가득 찬 삶인데...”
어제 여행 중에 김남희 님의 책을 완독 하였습니다. 800km를 걸어 마침내 산티아고의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 저자는 여러 가지 감회에 젖습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이제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끝이 났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새로운 삶의 길이 여전히 내 앞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이 삶의 순례자인 것을. 어디로 가는지, 언제 이 길이 끝나는지, 계속 혼자서 가야 하는지,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
2006 6.26 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