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애
우정은 언제나 출발점이 되지는 않는다.
길가메시와 엔키두의 시작은
화해라기보다 필요에 가까웠다.
신은 균형을 위해 엔키두를 보냈지만,
길가메시는 자신을 제어하러 온 힘을
거부하는 대신 마주 보았다.
그는 맞섰고,
부딪혔고,
그리고 선택했다.
그 힘을 함께 들 수 있는 것으로 바꾸었다.
서로의 힘을 알아보는 순간,
동행은 하나의 전략이 된다.
주체성은
나를 흔드는 변수까지도
다른 방향으로 돌려세우는 능력일지 모른다.
주어진 관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새롭게 배열하는 힘.
우리는 사랑해서 손을 잡기도 하지만,
때로는 필요하기에 손을 잡는다.
마주 선 타자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벽이 아니라,
다른 자리에 놓일 수 있는 가능성일지도 모른다.
길가메시와 엔키두의 운명애는
본문에서 이어집니다. >> 결핍의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