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인가, 연대인가
내 삶에서
“왜?”라는 질문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타인과의 비교,
그리고 시스템이 배급한 가짜 소속감이다.
우리는 홀로 서는 고독이 두려워
자꾸만 어딘가에 섞이려 한다.
하지만 사유를 방기한 채 뭉치는 것은
연대가 아니라
비겁한 공모일뿐이다.
공모(共謀)는 쉽다.
시스템이 정해준 적을 함께 미워하고,
알고리즘이 추천한 가치를 함께 추종하며
집단적인 안온함을 누리면 된다.
사유를 외주 준 이들의 결속은
언제나 타인을 낙인찍고
배제하는 폭력으로 변질된다.
주체성이 거세된 ‘우리’는
타인에게 수용소일 뿐이다.
반면,
연대(連帶)는 지독하게 어렵다.
그것은
사유하는 개별자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불온한 결탁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연대는
각자가 자신의 삶을 해부하고,
자신이 입은 죄수복을 자각하며,
시스템의 명령이 없이도
스스로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우리는 언제부터 질문하는 대신
안전한 자리에 서는 법을
먼저 배우게 되었을까.
우리가 아는 많은 영웅 이야기는
용기의 이야기로 읽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언제나 함께 두려워했던 자들의 기록이다.
사유는 고독하다.
그러나 그 고독을 통과한 자들만이
타인의 손을 제대로 맞잡을 수 있다.
나는 이제 시스템의 틈새를 파고들어
일상의 사소한 규칙에 “왜?”를 던졌던
이름 없는 개별자들의 흔적을 추적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