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 리베 Jun 26. 2020

난 비영리재단법인 경력 9년 차 새내기

승일희망재단

날마다 배우며 산다.


난 비영리재단법인 설립부터 지금까지 일해온 9년 차 새내기이다. 10년이면 강산 하나쯤은 변하게 했어야지 아직까지 새내기라니 이거 뭐 문제 있는 거 아닐까!



굳이 나를 이렇게 소개하는 이유는 그만큼 매일같이 접하는 일들이 나에겐 새로웠고 낯설었고 그 범위 또한 끝을 알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난 비영리단체에서 일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뿐만 아니라 이런 분야에 대해서 1도 모르는 17년 차 전업주부였으니까..  그야말로 '무식이 용감'이 되어 시작했다는 표현이 딱 맞. 그렇다고 함께 일할 사람도, 안내자가 되어 조언을 줄 사람도 주변에 없었으니...


그래서였을까! 난 내가 그동안 얼핏 보아왔던 하지만 익숙해 보였던 비영리단체들의 홍보나 모금 방식과는 좀 다르게 일하고 싶은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남들과는 좀 다르게.. 기존과는 좀 다르게.. 그것을 실행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새내기에게는 어설프지만 열정만은 남다름이 있는 거니까 충분히 견딜만했다. 게다가 일을 기획하며 만들어가는 일을 쉬웠어려웠다고 굳이 평가하지는 않는다. 나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일에 대해서 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반드시 따르는 일이 비영리재단법인의 일이다. 이 일을 준비하고 시작함에 있어 나처럼 무식이 용감이 되어 시작하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종종 들 때면 내가 걸어온 길이 미약하기는 하지만 그 길만이라도 소상히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종종 길이 막혀 앞이 안보였던 상황들 앞에서는 더욱 그런 마음이 절실했다. 하나라도 더더더! 누군가 절실한 마음만 가지고 시작한 일에 결실 없이 헛수고하는 일이 없도록 내가 지나온 일에 대해서만이라도.. 정도만이라도 안내자가 되고 싶은 마음 말이다.  




나의 비영리재단법인 설립 배경은 한 마디로 어쩌다 보니 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여기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냥!"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는 데는 동의가 되었지만 그 누군가가 '나'일 거라는 생각을 한적 없는 나였다. 


"내가 왜?"


벌써 루게릭병 환우 가족이 된 지 19년을 지나고 있다. 하루아침에 루게릭병 환우가 돼버린 동생도 그 현실이 끔찍이 겠지만 나 또한 루게릭병 환우 가족인 게 끔찍이 싫었다. 하루빨리 벗어나고만 싶어 날마다 기도하고 기도했다. 빨리 치료되게 해 달라고.. 이 현실에서 탈출하게 해 달라고... 딱 거기까지였다. 루게릭병 환우 가족으로서의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바람은 거기까지인 줄로 생각했다. 남에게 신세 짓는 것도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 주지도 않는 딱 개인주의가 강한 사람.. 그게 나였지 싶다. 누군가를 위하는 일에 내가 나설 거란 건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 말이다.


2010년.. 그러니까 동생이 루게릭병 환우로서 살게 된 지 8년 만에 이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루게릭병 환우를 위한 비영리재단법인을 설립하고 운영을 하는 사람이 되었고 난 지금 9년 차 비영리재단법인 운영자가 되어있다.


재단법인 설립의 기초는 루게릭병 환우인 동생이 다져놓았다고 할 수 있다. 2002년 루게릭병 확진 후 각종 매스컴, 언론, 다음 카페 활동 그리고 '눈으로 희망을 쓰다' 책 출간을 통해 루게릭병 환우를 위한 시설을 지어야 한다며 루게릭병 홍보활동을 펼쳤으니까 말이다.




그 사이 동생에게 모여진 후원금 전액 중 6,000여만 원은 현재 한국 루게릭병 협회에 적립되어 있으며 나머지 1억 5천만 원은 승일희망재단 설립을 위한 준비금이 되어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의 초석이 되었다. 1억 5천만 원과 나의 결심 그리고 박승일과 가수 션 두 사람의 공동대표 수락이라는 요건을 갖춘 후 승일희망재단은 2011년 보건복지부로부터 비영리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홍보, 모금 활동 그리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행정적인 업무 등 수많은 일들은 분명한 가치 있는 대가 지불이 필요한 시간이고 일이었다.


앞으로 순서를 정해 비영리재단법인 설립 이전에는 무엇을 잘 알아봐야 하는지 그리고 그 이후에는 무엇을 잘 챙겨야 하는지를 정리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보게 된다. 언제 실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걸어온 어설픈 길이지만 또 나 같은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작가의 이전글 그 날이 그 맛이 추억의 한 장면으로 기억될 줄 몰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