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136p
나는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런데 그때 처음으로 이 호수가 둥글다는 생각이 들었다. 둥그니까 이렇게 앞으로 뛰어나가면 다시 그가 서 있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그에게 멀어지면서 다시 그에게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원의 신비였다. 그러니 이 원에 들어서 버린 나는 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었다. 어찌 되었든 모두 그에게로 가는 길이다.
이 글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봄이 시작일까, 겨울이 시작일까?
둥근 원의 시작점과 끝을 알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시작하고,
동시에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굴레 위에서
우리는 시작하며 끝나고 있다. "
나의 퇴사는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어쩌면 끝도 시작도 아닌 그저 원의 일부다.
퇴사를 선택하며 내 삶에 또 한번의 계절이 찾아왔다.
다시 맞이하는 겨울은 덜 추울까?
하루빨리 푸르른 봄이 오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