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높은 마을에는 기묘한 성이 하나 서 있다.
흙도 아니요, 돌도 아니요, 그 재료라 함은 회색 통 여럿이 줄지어 선 모습이라.
우리집 사람은 이를 두고 음쓰산성(飮쓰山城)이라 칭하였다.
본래 산성이라 함은 적의 침입을 막고자 쌓는 법.
하나 이 산성은 외적이 아니라 아파트 주민의 동선을 막고자 세워졌다 하니, 실로 기이한 일 아니겠는가.
큰 도로쪽 오피스텔 동에서 안쪽 아파트 등으로 이어지는 지상 마당 한가운데,
언젠가부터 국경을 지키는 장벽처럼 서 있다.
직선으로 지나면 열 보라.
그러나 산성 하나가 가로막고 있으니 오십 보를 돌아 나가야 한다.
버스정거장이나 상가에서 나온 자가 곧장 집으로 향하려 하면, 이 산성이 돌아가라 말하듯 버티고 서있다.
저 성이 누구의 뜻으로 세워졌는지 탐문해 보니,
오피스텔 쪽의 손길이 닿았다 하더라.
아파트에서 상가로 내려갈 적에는 이 지름길이 있어 편하되, 오피스텔 주민은 아파트 쪽으로 올라올 일이 드무니 그리들 짐작할 뿐이다.
그 속뜻을 헤아리자니 고개가 절로 갸웃하고 쓴웃음이 난다.
아파트 주민들 또한 이리 마땅찮아 하나,
괜히 집값 이야기가 오갈까 조심스러워 장터의 이야기처럼 버무려 웃음거리로 삼는다.
태권도복을 입고 하교하는 아이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 오십 보를 돌아간다.
음쓰산성은 오늘도 제 몫을 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