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독의 힘

by 정예슬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읽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1일 1독.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으려고 노력해온 편이지만 한 달에 일고여덟 권 많아봐야 열 권 언저리였다. 매일 책을 한 권 이상 읽는 건 상상도 못 해본 일이다. 누군가는 많이 읽는 것에 회의감을 드러내지만, 어느 정도의 양을 채워야 책 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 같다. 어느새 1일 1독 9개월 차에 접어들었고, 그동안 읽은 책은 260권이다. 매일 꾸준히 읽고 짧게라도 서평을 쓰는 과정을 통해 몰입감과 자신감이 생겼다. 100, 200일을 성공하며 그 힘들은 점점 강해졌다. 꾸준함이 몸에 배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 것이다.


1일 1독 100일을 채우고 나자 함께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독서 모임을 모집하여 밴드에서 운영 중이다. 10명으로 시작한 모임은 어느새 50명으로 늘었다. 1일 1독 200일이 되자 ‘브런치’ 작가에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 그동안 두 번이나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내 인생에 더 이상 브런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안되면 또 하면 되지!' 의욕이 끓어 넘치고 무척 대담해졌다. 그렇게 만전을 기한 세 번째 도전에서 브런치 작가 합격 메일을 받았고 자축 파티를 열었다. 1일 1독 200일의 기적이었다.

이렇게 무엇이든 도전하고 해낼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은 나의 하루 루틴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새해 들어서 하루도 빠짐없이 다이어리를 썼다. 매일 아침 할 일 목록을 적고, 저녁에는 실천 여부를 확인했다. 잠들기 전에는 감사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돌아보았다. 운동 또한 거르지 않았다. 매일 5 천보 이상 많게는 만 보를 걸었고 필라테스도 꾸준히 했다.


미라클 모닝에도 관심이 생겨할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을 정독했다. 깊은 호흡 1분, 긍정 확언 1분, 성취 모습 생생히 떠올리기 1분, 감사 일기 쓰기 1분, 독서 1분, 운동 1분 총 여섯 개의 작은 습관이 삶을 바꿀 수 있다. 하루를 바꾸는 데 6분이면 충분하다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당장 기적의 아침을 맞이하기로 했다. 처음엔 새벽 6시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다.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하는데 졸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날도 있었다. 긍정 확언은 또 왜 그렇게 오글거리는지. 우여곡절 끝에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나만의 모닝 루틴은 제법 자리를 찾았다. 5시 30분이면 알람 없이 눈을 뜰 수 있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나와 따뜻한 차 한 잔과 깊은 호흡으로 심신을 깨운다. 바로 연필을 들고 모닝 페이지를 쓰기 시작한다. 간밤의 꿈에서 일어난 일들이나 전날의 묵은 감정들을 마구 쏟아낸다. 후련함을 느끼며 긍정 확언을 한다. 루이스 헤이의 책들이 긍정 확언에 도움을 많이 주었다. 특히 『하루 한 장 마음 챙김』은 루이스 헤이가 평생 쓴 책들의 총결정판이니 참고해도 좋다.


“나는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함께 최선을 다해 흘러간다. 나는 나 자신과 내가 변하는 방식을 인정한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날이 갈수록 더 쉬워질 것이다. 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흐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 기쁘다. 오늘은 멋진 날이다. 내가 그런 멋진 날을 만들었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만사가 순조롭다.”

- 『하루 한 장 마음 챙김』, 루이스헤이, 204쪽

긍정의 기운으로 가득한 상태에서 나의 보물지도를 본다. 모치즈키 도시타가의 『보물지도』라는 책을 읽고 만든 나만의 비전보드이다. 잠시 보물지도 만드는 법을 소개하겠다. 먼저 커다란 흰 종이나 코르크 보드를 준비한다. 맨 위에 자신의 이름이나 별명을 넣어 ‘그릿제이의 보물지도’라고 쓴다. 종이 한가운데나 눈에 띄는 곳에 행복하게 웃고 있는 자신이나 가족의 사진을 붙인다. 갖고 싶은 것이나 구체적인 목표를 나타내는 사진과 그림 등을 오려 붙인다. 명확한 목표 설정을 위해 사진이나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는 달성 기한이나 조건을 직접 메모지에 써 붙인다. 오늘, 이번 주, 이번 달 등 구체적인 행동 목표도 써넣는다.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자주 바라본다.


이런 하루의 루틴은 어느덧 습관을 넘어 시스템이 되었다.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남들은 어렵다는 SNS 1일 1포스팅이 나에겐 지극히 단순한 일과다. 과한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나의 하루를 사진 한 장에 덧붙일 뿐이다.



▶용기 내 찾은 나의 소명


다시 1일 1독으로 돌아가자. 이 모든 것의 시작이 바로 매일 책을 읽는 습관에서 시작했으니까. 책을 읽는 과정이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그동안 삶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 되는대로 살았다. 그런데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다양한 저자들의 삶을 마주하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원래 나는 우유부단하고 아무거나를 외치던 사람이었다. 그냥 주어진 하루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다.


그런 내가 책을 읽으며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매일 읽고 쓰는 삶! 처음 시작은 SNS에 서평을 올리는 것이었다. 여러 사람과 읽은 책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책 하나로 함께 울고 웃는 게 즐거웠다. 1일 1독을 석 달 가까이 하자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책을 읽고 싶은데 실천이 어려운 사람들을 모아 독서 모임을 꾸렸다. 어울리는 책을 추천해주고, 독서 방법을 나누었다. 1일 1독은 옅어져만 갔던 나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남편은 책을 읽는 것보다 아이들을 더 챙겨주길 바랐다. 남편도 그러한데 시어머니는 오죽하실까. 1일 1독을 시작한 지 정확히 100일이 되던 날 시부모님께서 집에 오셨다. 매일 책을 한 권씩 읽고 있다고 말씀드린 적은 없다. 그러나 집에 잔뜩 쌓인 책들을 보시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때마침 밖에 책이 택배로 왔다. 어머니께서 택배를 들고 들어오시며 “ㅇㅇ애미, 책 그만 읽어! 이제 육아휴직하니까 애들 잘 먹이는 게 최우선이야.”라고 말씀하셨다.


"저 집안일과 독박 육아로 허리디스크가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갔었잖아요. 이제 좀 적당히 시켜먹고 사 먹을래요 어머니. 그리고 책은 제 인생에 낙이자 더 없는 행복이에요."라고 말씀드리지는 못했다. 그냥 꿀꺽 삼켰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읽고 썼다. 신기하게도 그 상황에 딱 맞는 책이 내게 왔다.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의 <미움받을 용기>. 아들러의 심리학을 담은 책인데 이 책을 읽자 용기가 생겼다. 며느리와 아내로 인정받고 싶었던 ‘인정 욕구’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미움받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기꺼이 행복을 찾을 용기. 모든 집안일과 육아를 나 혼자 도맡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남편과 일을 분담하여 각자 맡은 일을 하기로 했다. 욕실도 하나씩 맡고, 아이들 케어도 나눠서 하고. 시댁이든 친정이든 양가 부모님이 부엌일을 하지 않으시도록 부부가 함께 도맡아 하거나 외식을 하기로 했다. 남편은 본가에 쉬러 간다는 마음을 버리고 성인으로서 독립해야 한다. 나도 친정에 갈 때 마찬가지다. 누구를 탓하지 않고 미루지 않으며 삶을 더 주체적으로 살기로 했다.


육아도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는 엄마표를 가장한 각종 활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다만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뿐이다. 내가 봤을 때 필요하다 싶은 부분도 충분히 이야기 나눈 뒤, 아이가 직접 선택하도록 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잘 자란다. 대부분의 육아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해결되는 부분이 많다. 그동안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너무도 욕심을 부려왔다는 걸 인정한다.


내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아이들의 삶을 길게 놓고 보는 '여유'가 생겼다. 내가 책을 읽을 때 두 아들은 내 옆에 같이 앉아 본인들의 책을 읽는다. 가끔은 내가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들려달라고 한다. 책에서 인상 깊게 읽은 구절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눈다. 물론 종국에는 "엄마~ 이 책 좀 읽어주세요."라고 말하고야 말지만. 시간마다 억지로 하는 책 육아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과로서 책이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왔다.


나는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삶’을 살리라는 소명을 마음 깊이 새기며. 나의 글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 닿고,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 활자로만 머무르지 않고 꿈을 찾아 날아갔으면 좋겠다.


“괜찮아요, 당신.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왔어요.

이제 원하는 일을 좀 더 자유롭게 해도 돼요.”


나를 도닥였던 문장들이 당신의 삶도 도닥여 주길!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아 ‘지금 이 순간’ 온전히 행복을 누리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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