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독서기록 꼭 필요한가요?

by 정예슬

나는 언제부터 ‘기록하기’를 즐겼을까? 거슬러 올라가보니 고등학교 선배의 책이 떠올랐다. <책을 베고 잠들다>라는 제목으로 그간의 독서 기록을 담은 책이었다. 그 시절에는 책보다 교과 공부가 우선이었기에 그저 대단하다고만 여겼다. 스무 살이 되어 그 책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 선배가 읽은 책을 나도 다 읽어봐야겠다는 목표와 함께 나만의 독서 노트에 읽고 쓰기를 시작했다. 때마침 책을 좋아하는 엄마가 나의 독서를 지지해주시며 책 친구를 자처하셨다. 각자 원하는 책을 읽고 이메일로 독서 기록을 주고받는 식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엄마의 암 투병으로 모녀간 독서 대화는 흐지부지 끝이 났다. 대신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독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댓글 덕분에 읽고 기록하는 데 점점 재미가 붙었다. 차마 그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못하는 속마음을 풀고 싶을 때 쓰던 일기장 겸 독서 노트도 따로 있었다. 연달은 아빠의 투병으로 세상에 홀로 남겨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 나를 엄습할 때, 나는 작은 노트로 달려가 울음을 쏟아냈다. 나에게 독서 기록은 숙제처럼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일상을 나누거나 나를 위로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인지 인스타그램에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고 신나는 일의 연속이었을 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새벽까지 열성적으로 빠져드는 나만의 취미 생활이었다.


SNS에 소소한 하루를 책과 함께 나누었더니, 주위에 책 읽는 사람이 점점 늘어갔다.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댓글이 달렸다. 책 친구가 늘어나자 그만큼 더 힘이 났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 주니 즐거움이 배가 된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인연이 된 돌선샘님께서 공감 백배 댓글을 달아주셨다. “읽은 것을 남기는 것은 나의 공간을 확장시켜 준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의 작은 세상이 SNS에 공유함으로써 무한히 넓어지고 있다. 책으로 얽힌 인연들이 계속 늘어나고 서로에게 끊임 없이 자극이 되어주는 무한 선순환의 공간!


나 홀로 독서 시간이 끝나면 곧장 소셜미디어 모험을 떠난다. 나와 똑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살펴보고, 다양한 질문과 고민거리들을 접한다. ‘나는 무심히 넘겼던 구절들인데 저 사람은 이런 생각을 했구나.’ 신기해하며 책 속에서 다시 찾아본다. 밑줄이 하나도 없을 때 오히려 더 재매를 느낀다. 모르고 지나친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생각을 새롭게 발전시키고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SNS를 통해서 사고의 확장과 배움을 경험하다니!


SNS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나도 한때 그랬었기에 몇천 명의 이웃이 있었던 블로그를 삭제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 아깝다. 그 또한 나의 소중한 자산이자 노력과 추억의 산물인데. 결혼 전부터 출산, 육아, 독서 기록 등 10년간의 기록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어차피 사진은 따로 저장 되어 있으니까 별로 개의치 않지만, 글은 어쩔거야! 그 때 품었던 나의 생각과 감정들을 찾을 길이 없어 아쉽고 원통하다. 혹시라도 불현듯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탈퇴하고 싶다면 조용히 비공개 처리하시라고 강력히 조언 드리고 싶다. 그리고 인생의 낭비라 여기기 전에 꼭 한번 SNS를 제대로 경험해보길 바란다.




pexels-lukas-317356.jpg 출처: Pexels @Lukas




SNS 독서 기록을 남기는 것은 나의 성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포트폴리오와도 같다. ‘와~ 이런 책도 읽었어? 그때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맞아 맞아. 그런 일이 있었지.’ 내가 어떤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냈는지, 또 어떻게 변화 되어 왔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어쩌면 SNS라는 공간은 타인과의 소통 이전에 자기 자신과의 대화 창구가 아닐까? 그 누구보다 열렬히 나의 성장을 응원하고, 진정으로 사랑해 줄 사람은 나 자신 뿐임을 잊지 말자.


똑같은 책을 읽고 글을 써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에 결과물 또한 다르다. 내용적인 부분 외에도 책 표지 사진 등 외적인 부분에서 각자의 개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글과 분위기, 디자인이 어우러져 ‘나’라는 한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다. 나만의 이야기,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게 경쟁력이 되는 퍼스널 브랜딩 시대다. SNS만큼 자기를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도구가 또 있을까 싶다.

처음에는 일상과 육아가 전부였던 공간이 어느새 책으로 가득 찼다. 1년에 100권도 못 읽던 내가 반년 만에 200권을 돌파했다. 나의 끈기와 도전 정신에 스스로가 놀라는 중이다. 계속해서 스스로의 기록을 갱신하는 재미를 얻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나의 성장을 지켜보던 한 온라인 강의 업체에서 온라인 클래스를 진행하자고 요청을 해왔다. 나의 서평 글을 보고 신간 도서를 보내주며 서평을 요구하는 출판사가 생겼음은 물론이다.


정신없이 바빠서 SNS를 들여다 볼 시간조차 없다고? 그럴수록 더 SNS를 해야 한다. 인터넷에 올려둔 나의 글들이 제 스스로 나를 알리고 널리 퍼져 나갈 테니까. mbc pd 출신 김민식 작가님은 블로그에 올려둔 글 덕분에 책을 쓰게 되셨다며 블로그 글쓰기를 적극 권장 하신다. 본인이 좋아서 올린 여행과 독서 등 소소한 일상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나를 대신해 그 글들이 널리 퍼져 새로운 일을 불러 오기도 한다.


<오직 독서뿐> 외 다수의 책을 쓰신 정민 교수님은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혼자만 알지 말고 함께 나누라 하셨다. “어떤 것을 완전히 알려거든 그것을 다른 이에게 가르쳐라.” 는 트라이언 에드워즈의 말도 일맥상통한다. 학생들끼리도 협력 수업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도록 하면 수업 내용을 90% 이상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책의 훌륭한 대목을 나눌 때 우리는 그 내용을 한 번 더 곱씹어서 좋고, 상대방은 좋은 뜻을 함께 새길 수 있어서 좋다. 우리의 성장은 함께 할 때 의미가 있다. 나혼자 아무리 깨닫고 앞으로 나아가도 곁에 있는 사람들이 제자리걸음이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지 못한다. 좋은 영향력을 주고 받는 윈윈의 관계가 가장 좋은 모습이라 생각한다.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이 거액의 돈을 기부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함께 성장의 기쁨을 느끼며, 읽고 쓰고 나누는 삶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나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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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슬기로운 독서생활>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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