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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연 Apr 23. 2021

포기하면 어때.


친구가 알려준 공모전이 있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공모전에 도전해 본 일이 없다.

정말 좋아하는 J 언니가 공모전 도전에 관해 작년서부터 말을 했었다. 꼭 도전해보라고, 어깨를 토닥였다. 그러나 그런 정보 같은 것을 나는 알 수 없었다.


친구는 시를 전공했다. 주변에 글을 쓰는 사람들도 제법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공모전 같은 정보가 자연스레 그에게 흘러 들어가는 듯하다. 어느 문화 재단에서 하는 공모전 링크를 그가 나에게 보내주었다.


나는 안돼요. 어차피 못 써요.


그런 말로 끝맺음하고 돌아선 뒤끝이 좋지 않아서, 그날 밤 다시 공모전 링크에 들어가 찬찬히 읽었다. 내가 쓸 수 있는 소재가 하나 보였다. 완결된 글이 아니어도 된다, 당선 후 멘토님과 글을 고쳐나가고 완결시킬 수 있다. 당선된 사람에게는 600권의 책을 찍어낼 기회를 준다 했다.


짧은 한 문단을 써둔 것이 전부다. 이제 마감은 코 앞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하라, 고 하는데. 나는 어렵다. 기분이 생활이 되어버린다. 기분은 거의 늘 좋지 않고, 나는 기분대로 글을 쓰므로, 이대로 공모전을 포기한다.

세상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고, 세상 모두가 나를 미워하는 것 같은 밤이 있다. 오늘이 또 그런 밤이다.


가만히 누워, 나에게 그 못된 말을 모두 쏟아낼까?

일단은, 포기하면 어떠냐고 그 말을 열댓 번쯤 반복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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