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의 독백

by 이정연


시를 쓰지 마.

잠을 푹 자.

아무 일 없어.

걱정하지 마.


미안해.

나는 지금 음악을 듣다가 시를 써.

늘 시 같지도 않은 슬픔을

쓰고 또 쓴다.

그래서 당신이 쓰지 말라는 그 시를,

내가 슬퍼 보여서 당신은 싫다는 그 시를

나는 또 쓴다.


미안해.

하루 종일 약에 취해 잤고,

약을 모두 털어내려면

또 밤새 자야 한다고 당신이 그랬는데

잠이 오지 않아.


하루키가 말했던 그 순간이거든.

모든 것에 대해 짝사랑하는 것 같은 순간,

오늘이야.

그래서 얼굴을 파묻고

서럽고도 짧게,

그러나 깊숙하게 울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겨우 살다가

웃을 수 있는 유일한 순간,

유일한 이유.

그런 당신을

나의 거듭된 불행과 아픔이

지치게 만들까 봐 나는 악몽을 걷는다.


나아가야 하는데..

아프다고 주저앉아 있으면

당신이 발견했던 내 모습이 아니게 될까 봐.


당신의 사진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눈 맞춤을 하고 또 한다.

처음 당신을 사랑하던 순간처럼,

여전히 온몸의 세포가 간질거리듯

그렇게 사랑하고 있다.


당신이 버텨주기를,

내가 굳건히 이겨내기를.

사실은 무한히 바라고 있다.

절대 하지 않으려 했던

이기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