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별책부록이 하나 둘, 더해질 때마다 하나씩 버린다.
그것이 희망일 때도 있고, 꿈일 때도 있고, 열망일 때도 있고.
때로 그것이 사람이 될 때도 있다.
그래도 꽤 오랜 친구.
함께 한 세월보다도 우리는 밀도 있는 시간을 함께 보냈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가장 힘든 순간, 너는 아무 말이 없더라. 그래서 이번에 내가 버릴 것은 너에 대한 기대구나. 너에 대한 그간의 마음과 우정이구나, 생각한다.
어깨에 많은 걸 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온다. 검사 결과는 나왔는지, 몸에 이상은 없는지. 예상되는 나의 새 진단명으로 무언가 검색을 해봤는지, 두통은 없냐고 자꾸 물어보는 정선 언니의 전화와 카톡에 피식 웃음이 났다. 종일 격무에 시달리고, 다섯 시 칼퇴근을 하면 그때부터 다시 엄마의 하루가 시작되는 친구도 도통 먼저 하지 않던 연락을 해 온다. 촉촉하디 촉촉한 카톡을 조용한 새벽에 보내오곤 했다.
그러나 너만은 연락이 없다.
원래 나이가 들수록 친구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언제나 인생 선배들이 말한다. 그러나 나는 젊은 날부터 모두를 잃어서 지금의 삶에는 진짜배기만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또한 착각이었다.
하루키의 밤이 이어진다. 모든 것이 짝사랑 같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다.
설령 온 우주에 혼자 남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나를 원하지 않는 세상에 기꺼이 초연해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