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새 인공신장실로 옮기는 새벽.

by 이정연


새벽 4시 2분. 눈이 떠지자마자,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니 시간이 이토록 이르다.


밤 10시 30분이 되기 전부터 부러진 팔을 폭신하고 큰 베개에 받쳐두고 편안하게 누워 있었다.

야근을 하고 돌아와 샤워까지 마친 동생이 열린 내 방문 안으로 불쑥 들어와 뭐라 질문을 했다. 분명 대답은 했지만 대화의 내용은 통째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 애가 친절히 방문을 닫아주고 나갔고, 그 이후 의식을 잃었다.


자는 동안 울렸을 온갖 알림 들을 확인하고, 브런치 글을 읽기 시작한 것은 압도적인 브런치 알림 때문이었다. 글을 읽어 내려가다가 벌떡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일을 보고 손을 씻는 중에 코가 바싹 말랐음을 느끼며, 어제저녁에 먹었던 감기약이 효과가 있었음을 뻐한다.

어제 하루 종일 그렇게 콧물이 흘렀다. 화한 느낌이 코 안을 맴돌기도 했다. 그래서 빨간 연질 캡슐의 약을 먹었다. 새 병원으로 출근하는 첫날부터 콧물을 흘리고 싶지는 않았다.


바싹 마른 코와 함께 목도 바싹 말랐음이 느껴졌다. 내 입술께 정도 높이의 냉동고 맨 위칸을 당겨, 나의 작은 엄지 한 마디만 한 얼음 한 조각을 꺼내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이내 와그작 씹어버린다.


투석을 시작하고 처음 하달받은 지령 중에 하나다. 투석환자니까 수분관리를 위해 물을 벌컥벌컥 마시지 않기. 목이 마를 때, 되도록이면 얼음 한 조각을 빨며 천천히 목을 적셔주기.

얼음을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잘 지켜왔던 습관이 무너진 건 최근 2년 사이의 일이었다.

그랬던 내가 목을 축이기 위해 예전의 모범생(환자)이었던 때처럼 자연스레 얼음조각을 입에 넣었다. 바로 씹어 먹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런 행동이 왠지 어떤 좋은 신호탄처럼 느껴지는 것은 지나친 의미부여겠지?


이내 냉동고로 돌아가서 한 조각의 얼음을 더 꺼내어 입 안에 넣고 사탕처럼 우물거린다. 방으로 돌아와 화장대 앞에 앉았다. 몇 시간을 잤는지 오른손가락을 접어가며 계산해보았다.

다섯시간 조금 넘게 잤나 보다. 나는 수면 시간이 다섯 시간이나 여섯 시간을 지나면 꼭 자리를 털고 일어나게 되는구나.


때로 밤샘을 하고 병원에 가기도 했고, 한 시간만 자도 충분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로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했다.

새로운 병원에 서류 제출을 하고, 그곳에 새 환자 카드를 만들었던 날 밤부터 자꾸 잠이 왔다. 그리고 어김없이 새벽에 깼다. 사실 서류 제출 전날 백신 2차 접종을 해서 그 새벽부터는 미열로 잠이 깼 것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원래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던 사람인 양 늘 그렇게 잠들고 잠든 시간에 따라 새벽 4시에서 6시 사이에 깬다. 10년 가까운 투석생활 중 이토록 꾸준히 규칙적인 것은 처음이다.


새로운 병원으로 첫 출근하는 오늘. 부디 이곳이 내게 제대로 된 보금자리가 되기를 빌며. 더는 잠을 보충할 수 없을 만큼 긴장도, 기대도 깨어났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