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향해 침투하는 저녁의 바람 같은, 그런 글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잠깐 여유가 생겨 어느 작가님의 글을 읽던 어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대단한 소재랄 것도 필요 없고, 그냥 에세이답게 순간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기분 좋은 느낌을 포착한 정도면 되지 않을까.
수요일은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새벽 세 시까지 원고를 손 보며 강의 준비를 했다. 예전 같으면 강의를 한다고 여기저기에 떠들고 다녔을 내가, 이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본디 입을 다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에게 말을 하면 할수록 일이 틀어진다는 징크스를 생각한다.
그래서 늘 입을 다물고 있던 내가, 지난 공모전은 그렇게도 나불나불 잘도 떠들고 다녔다.
사실은 도망치지 않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알렸다. 일부러 공모전에 원고 투고하는 사실을 기정사실화하여 스스로를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그러나 실패했다.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것 때문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럼에도 속으로 삼키지 않고 말로 뱉어낸 것의 뒷맛이 씁쓸하다.
그래서 이번에 강의를 하게 된 일도, 첫 강의가 끝날 때까지 가장 가까운 이들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심지어 동생에게도 강의 준비가 어느 정도 될 때까지는 잠자코 있었다. 그래도 출타하는 날에는 가족끼리 행선지를 밝히는 법이니, 어느 동네로 강의를 간다고는 일러두었다.
강의 시간보다 두 시간 이르게 강남에 도착했다. 혼자 도넛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마지막으로 강의 준비를 했다.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라테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어쨌든 훗날 언제고 돌아봤을 때, 무척 기억될만한 즐겁고도 중요한 하루일 터. 그 귀중한 하루를 함께 한 그 모든 분들의 성함을 잠자리에 누워 모두 되뇌었다.
그리고 금요일은 투석을 하고 또 출근을 했다. 이건 뭐, 출근 전부터 퇴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정도가 아니라 속된 말로 뒤질 거 같았지만 부장님이 애원하셔서 악착같이 출근을 한다. 출근하면 또 표정을 싹 바꾸고 아무렇지 않은 척 직장인의 얼굴을 한다.
오랜만에 S 씨와 함께 업무를 봤다. 그간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며, 업무 분장을 하고 일처리를 했다. 올해 초에 결혼을 했는데, 사람이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그리고 오늘 평소와 같은 주말 근무가 시작된다. 간밤에 푹 잔 터라, 오늘은 무척 일찍 일어났다. 고작 강의 한 번 하고 왔다고, 지나치게 개과천선 모드다. 다음 주에도 부장님의 부름을 받아 업무를 봐야 하고, 딸을 모시고 대학병원 외래를 다녀와야 한다. 늘 쓸모 있는 사람으로 살자,는 것이 삶의 모토이지만 조금 더 쓸모 있고 생산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는 주간인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