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 2023년 10월 1일 일요일
본격적인 100일 글쓰기는 9월 23일부터 시작되었지만, 그 이전주의 테스트 글쓰기부터 시작해서 얼추 2주 정도 매일 글을 쓰고 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 오르한 파묵은, 글쓰기의 비결을 성실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A4용지 한 장 반 분량 정도 되는 글을 쓴다고 한다. 중학생 시절부터의 꿈이 소설가였으니, 오르한 파묵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하루에 한 줄을 쓰는 것도 힘든데, 매일 한 장 반 분량이라니. 게다가 그는 창작하는 글쓰기를 하지 않는가! 나도 소설 쓰기에 도전한 이후, 매일 같이 창작을 하는 일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본 날이 많다.
나는 소설을 쓸 때도, 에세이를 쓸 때도 '그분'이 오셔야만 한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니, 소설은 아주 오래전에 쓰다말았고 어느 글이든 진득하게 써 본 일이 드물다. 매일 글쓰기를 하다 보니, 처음부터 주제를 가지고 쓸 것을 그랬다 후회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쓰고 싶은 것이 많아 손을 마구 움직이기도 한다. 그러나 머릿속에 번뜩이는 것이 없어 글 서랍을 한참 뒤지다가 세상에 내놓지 않은, 그러나 이미 완성된 글을 다듬어 내놓은 때도 있었다. 2주 중 딱 하루, 그렇게 한 적이 있는데 하루 글쓰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느낌이 들어 뒷맛이 씁쓸했다.
그래서 그 후로는 서랍을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어제는 하루치 마감을 미리 해두지 못해, 늦은 밤 졸린 눈을 비벼가며 글을 썼다. 본디 써 놓은 글을 아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는 편인데, 처음으로 써놓은 글을 그다지 돌아보지 않고 발행을 했다. 하루치 마감을 해내었으니 기분은 상쾌했고, 마음의 짐이 없어서인지 비교적 빠르게 잠으로 빠져들었다. 때로는 써놓은 글을 돌아보지 않는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매일 하는 글쓰기가 처음에는 의무처럼 느껴지다가, 점점 즐겁고 귀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