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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연 Oct 05. 2023

읽는 일.


(013) 2023년 10월 5일 목요일


속상했던 적이 있지. 당신이 내 글을 읽지 않는 것이. 당신, 참 내 글을 좋아했는데... 언제부턴가 나더러 낭만은 그만하라 하고, 이성적이 돼라 했지. 그러더니 내 글을 읽지를 않아.

가끔 표 안 내고 읽기는 한다고 그 언젠가 말한 적이 있는데, 사실 이제는 진짜 읽지 않는 것을 알아. 너무 중요한 일을 어깨에 지고, 온갖 스트레스에 짓눌려 살아가는데 무슨 여유가 있어서 활자 놀음하는 내 글을 읽겠어.

그래도 내 글을 읽어주었으면. 나는 글에 나를 담는데, 내 마음을 쓰는데 당신이 이 세상 누구보다 나를 알아주었으면 해서 읽지 않는 당신이 야속하기도 했어. 그런데 당신이 이고 지고 있는 짐들을 내가 모르면 누가 알아. 그러니 야속한 마음일랑 거두어야지. 그리고 세상에는 읽지 않고 읽은 척하는 사람도 많은데. 당신은 읽지 않고도, 내 목소리 한 자락만 듣고도 화나는 일이 있었는지 속상한 일이 있었는지 대번 알고 물어보는데 읽을 필요가 무어 있어.

처음에는 읽지 않고도 읽은 척하는 사람들을 보며 화가 났는데, 고맙네. 읽지 않고도 나를 아는 당신이 있는데 화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 찬란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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