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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연 Oct 08. 2023

마법을 걸듯이


(016) 2023년 10월 8일 일요일


사람이 어떻게 매 순간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을까. 인생에 행복과 즐거움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누군가도, 사정은 속속들이 알 수가 없는 법이다.

나도 한때는 걱정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몰래 시기도 하고 부러워도 했다. 


그런데 거지 같은 내 인생을 시기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보고, 인생이란 참 우스운 것이라는 결론이 나더라고. 내가 얼마나 속속들이 불행하고 고통스러운지, 남들 앞에서는 그 불행과 고통을 감추기 위해 애쓰는지 그들은 하나도 모르더라고. 알리가 없지. 내가 내보인 적 없으니까.

때로 나의 불행과 고통을 알면서도, 내가 가진 작은 행복을 그들은 못 마땅해하고, 질투했다. 한마디로 남의 불행과 고통을 우습게 는 것이지. 아주 작은 타인의 행복 못 견뎌할 만큼 인간이 되질 못했고.


그걸 보며, 타인의 행복을 시기하지 않도록 나를 단련하고 또 단련했다.




비교하는 것을 싫어한다. 당신은 나보다 덜 불행하네, 와 같은 말을 정말 싫어한다. 세상에 더 불행하고 덜 불행한 것이 어딨어. 불행이나 고통은 절대적인 것인데. 그걸 누가 재단할 수가 있어. 당신이 가진 고통은 당신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벅찬 무게를 지녔고, 나의 고통은 내게 있어 절대적으로 벅찬 것을. 그러나 그걸 기꺼이 버티며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지.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쓰며 나의 고통을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날려버린다. 마법을 걸듯이, 마법 주문을 외듯이 그렇게 글을 쓴다.

정말 견딜 수없이 힘든 순간에는 글도 쓰지 못한다. 그럴 때는 혼자 숨는다. 어쩌면 나를 떠난 많은 이들은, 내가 뱉은 가시 돋친 말에 질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살아온 내내 했다. 그래서 더는 가시 돋친 말로 남을 찌르지 않기로 했다. 혼자만의 동굴에 숨는다. 입을 다문다. 그렇게 사고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보낸다. 아니, 사고하지 않아야 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 한 고비를 넘기고, 나는 또 생으로 돌아온다.


많은 순간 말을 참는다. 그래서 아주 가끔 진진에게 가슴을 터놓고 얘기하면 진진은 말한다. 나는 너를 알아. 세상 모두 너를 몰라도 나는 알잖아. 네가 얼마나 많은 일들을 혼자 삭이고 견디는지 나는 알잖아.

분명 참지 못하고 뱉은 말들이 있었을 테다. 때는 말하면 해결되는 줄 알았다. 누군가에게 그런 식으로 의지했던 때도 있다. 런 일에 대해서는 늘 반성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입을 닫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당신이 겪는 고통에 비하면 제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지만요,라고 누군가가 말할 때 늘 그에게 답한다. 결코 우리 각자의 고통은 누가 더하고 덜한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당신은 당신대로 참 많이 힘들겠다고.

어깨에 지고 가는 각자의 인생을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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