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등산 가는 동생을 따라나섰다. 동생은 7시 20분까지 시내에 있는 전철역 앞까지 가야 한단다. 전철역 가는 길에 우리 회사 동네를 지나친다. 지난밤에 나를 꼭 실어가라 당부를 해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또 뒤척이느라 쉬이 잠들지 못했지만, 짧은 시간 수면 후에 6시 10분 동생이 내 방문을 두드리기 직전에 눈을 떴다. 아침 요기를 간단하게 하고, 출근 준비를 하고 6시 50분 함께 집을 나섰다.
20여분 달리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늘 즐겁다. 동생과 나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 개인 신상에 관한 일들을 서로에게 털어놓고 마음의 때도 말끔하게 지운다. 이런 우리를 두고 사람들은 신기하다고 한다. 우리는 산골에서도 잠깐 살았던 적이 있고, 어쩔 수 없이 온 우주에 둘 뿐이었던 시간이 길었다. 자연히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지금은 각자의 인간관계가 있지만, 그래도 다른 남매들에 비해 가깝다.
회사 근처에 있는 24시간 카페 앞에 동생이 나를 내려주고 떠난다. 무조건 글을 쓸 마음으로 간밤에 가벼운 블루투스 키보드를 가방에 챙겨두었다. 그리고 대단한 글을 쓰겠다는 결심으로 일단 오늘의 챌린지 글부터 써두자 하고 세 줄을 써둠과 동시에 대표님이 나타나셨다. 사실 이 카페는 대표님이 부업으로 하시는 카페다. 날 보더니 얼굴이 환해지셨다. 그러더니 알바를 제안하신다. 주말에 나와서 관리하기가 버겁다고, 날더러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카페 일을 보고 가는 것이 어떠냐 하신다. 대표님도 모르게 자꾸 나에게 관리하는 일을 설명하시기에, 또 성격상 대표님을 따라다니며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작고 귀여운 일자리 하나를 얻었다.
조금 더 열정적으로 살고 싶었다. 조금 더 부지런히, 생산적으로. 그러나 아픈 일은 늘 나를 삼켰다. 밤에 잠들지 못하게 했고, 치료 후에는 사람을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병든 닭처럼 조는 날도 많았다. 그런데 조금 더 단단해져야만 하는 일이 내 어깨에 얹혔다. 나는 단순한 열정으로, 이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고민은 하지 않았다. 단순한 열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