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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연 Oct 09. 2023

코스모스 남매



(017) 2023년 10월 9일 월요일


공휴일은 좋다. 새벽 버스를 탄다는 긴장감 없이 조금 여유롭게 깨어나면 된다. 동생은 공휴일만 되면 어김없이 나를 병원까지 태워다 준다.

늘 똑같은 투석생활이 지겹기도 하지만,  공휴일의 투석은 이런 이점이 있다. 동생이 데려다주는 것도 좋고, 동생이 자차 운전을 하지 않던 때에도 공휴일이면 버스나 전철이 한산해서 그런 즐거움으로 병원을 다녔다. 어느 새벽은 버스에 기사님과 나 단둘이어서, 대형차에 탄 아가씨가 된 기분이었더랬지.

어쨌든 동생은 오늘도 나를 병원에 내려주고, 또 정오에 맞춰 나를 데리러 왔다.


평소 같으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지난주에 회사동료들과 다녀온 '코스모스 축제'가 무척 볼만했다며 오늘 동생은 나를 싣고 코스모스 축제장으로 간다.


사실 남들 다 하는 건 따라 하기 싫어하는 성미이지만, 하도 '탕후루, 탕후루'하기에 나도 하나쯤 먹어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워낙 차가 많아서 축제장에서 좀 먼 곳에 주차를 해두고 걸어오는 중에, 어린이 몇 명이 탕후루, 회오리 감자를 먹는 것을 보아서 "나도 사줘!!"라고 해봤는데 동생이 오빠처럼 "그래. 샤인머스켓이 맛있겠네. 그걸로 먹어라." 하고는 푸드트럭에서 탕후루를 한 꼬치 사주었다.


코스모스 밭에도 들어가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대며 축제장의 제일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 이번에는 "회오리 감자도 먹을래."라고 했다. 이번에도 어리광이 통했다. 아까 탕후루를 샀던 푸드트럭에서 회오리 감자도 팔고 있었다. 빙글빙글 코스모스 밭을 돌며, 동생은 엄마 사진도 찍어주고 그렇게 푸드트럭으로 나를 이끌어주었다.


우리가 회오리 감자를 하나 주문하니, 잘생긴 사장님이 "앗, 아까도 오시지 않으셨어요?"하고 동생을 알아본다. 우리가 주문을 하니, 갑자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주문이 밀려든다. 사람들 주문하라고 트럭 왼편으로 비켜선 순간, 콩알만 한 남자아이가 넘어져서 눈물을 터트렸다. 으앙. 옆에 있던 예쁜 여자 아이가 동생 손을 잡고 일으켜주더니 동생을 꼭 안아주는 것이 아닌가.


옆에는 아주 우아해 보이는 할머니도 계셨는데, 아마 푸드트럭 사장님 내외의 가족인 것 같았다. 할머니는 남자아이의 무릎께를 탁탁 털어주었다. 그 사이 누나는 뒤편으로 마구 달려갔다가 양손에 민들레 홀씨를 한 송이씩 가지고 돌아왔다. 그러고는 동생에게 말한다.

"누나가 신기한 거 보여줄까? 이렇게 후우 하고 불어봐." 하고 오른손에 쥔 민들레 홀씨를 후우 하고 불었다. 울던 동생이 갑자기 환하게 웃는다. 그러자 누나는 반대 손에 쥐고 있던 민들레 홀씨를 동생에게 쥐어주었다. 환하게 웃는 동생을 보며, 동생 볼에 얼룩진 눈물자국을 조막만 한 손으로 스윽 훔쳐주었다.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동생과 나는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회오리 감자를 받아 들고 주차된 차까지 걸어가는 내내 그 광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차에 올라타서 웃으며 말했다.

"아, 난 니가 웃을 때 때려서 울렸는데. 미안하다."

모두 함께 폭소했다.

저 다정한 아이가 얼마나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지 궁금해하며, 복잡한 차 사이를 뚫고 도로로 나왔다.

코스모스보다 예쁜 남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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