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 2023년 10월 19일 목요일
참 진부한 소리 같지만, 내가 인복이 좀 있다. 몇 년 전에 인사동에서 사주를 봤는데, 사주 봐주시는 선생님이 그러시더군.
부모 복 참 없다. 이렇게 아무것도 못 받기도 힘든데... 아부지가 아무것도 안 줬네? 넌 사주 보니 건강도 무척 안 좋다고 나와.(당장 외투 벗고 투석하는 팔을 보여드릴까, 하다 참았다.) 그래도 타고나길 머리가 참 좋고, 사람이 재주가 많아서 그래도 인생길 잘 헤쳐가겠다. 앞으로는 잘 살겠어. 부모복은 없어도 넌 좋은 사람들 만나. 인복이 있어. 옆에 사람(M언니)하고도 계속 친하게 지내. 둘이 사주가 참 잘 맞아서 서로 좋은 기운을 주고받아.
그날 서울 종로 일대를 10년 지기인 M 언니와 돌다가, 언니 손에 이끌려 들어간 사주카페에서 들었던 소리다. M 언니가 고액권을 턱 하니 내면서 둘이 같이 봐 달라 했었다. 이제는 15년 지기가 된 M 언니와는 요즘 반년에 한 번씩 통화한다. 며칠 전에 전화와서는 그런다. "우리가 연락 안 한다고 변하간디?"
근데 이렇게 연락이 뜸해서 과연 둘이 좋은 기운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기운이고 뭐고 생사도 모르고 산다. 그저 살아있겠거니 믿는 것이지.
물론 사는 게 바빠서 그런 것 이해한다. 나도 지난주에 정말 좋아하는 J 언니 부재중 전화를 보고도 사나흘 후에야 되걸었다. 퇴근하고 너무 피곤해서, 집안 살림 살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간 거다.
(내 글에 자주 등장하는 20년 지기) 진진, J 언니는 아마 내가 엄청 큰 죄를 지어도 내 편을 들어줄 거다. 물론 그걸 증명하기 위해 살인과 같은 중범죄를 저지를 계획은 없다.
소중한 사람은 아마 자수하라고 날 설득할 거 같다. 대신 친한 변호사 정도는 소개해줄...까? 싱그러운 내 동생 나무도 무조건 내 편 들어줄 것을 안다. M 언니는 내가 범죄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했을 때, 수긍이 되면 편 들어줄 것이고 아니면 신고할 거다. 호락호락한 이가 아니다.
그리고 브런치에서 좋은 친구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인복 많다는 인사동 사주 선생님 말씀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끌어주는 사람만 만나면 진짜 대성할 거라고도 말씀하셨는데, 자꾸 게으른 나를 끌어주는 친구가 곁에 있다. 고막에서 피날 것 같다는 농담을 내게 했었다. 그만큼 내가 그이를 친한 친구로 여긴다는 방증이다. 차를 마시고 헤어질 때 마주 잡았던 손의 따스함을 가끔 생각한다. 나를 위해 먼 길 달려와주는 답이 많은 친구 R도 있다. 나를 너무 애틋하게 생각해 주고, 자꾸 잘되리라 응원을 해준다. 진짜 잘되는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다.
인사동 선생님 말씀이 다 맞으면 정말 좋겠다. 단 하나, 이유 없이 남자에게 미움받는 팔자라는 그 말만은 제발 틀리기를... 밤마다 기도 중이다. 세상의 반이 남자인데, 너무 가혹한 운명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