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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연 Oct 25. 2023

마지막 보이차라면 좋겠네요.


(032) 2023년 10월 25일 수요일


아직도 구독자에 집착하냐고 하시면, 나는 한다. 미세한 숫자의 변동까지를 다 캐치한다. 몸살에 걸리면서 구독자수가 380이 되었다. 무척 기뻤다. 그러나 코로나임이 밝혀지자 379가 되고, 또 금세 378이 되었다. 아무래도 코로나를 고오급 보이차처럼 길게 우려내는 것이 두려우셨나 보다. 전염될까 봐 거리 두기를 하시는 것 같다.(농담)




어제 하루종일 잠을 잔 탓인지, 되려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 당연하지. 밤 10시에 깨어났는데 또 잠들 수 있을 리가... 인터넷에서 남의 집 강아지들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기막힌 사연들이나 멍하니 읽었다. 배경음악으로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틀어두었다. 현대인의 고질병, 한 번에 한 가지를 하면 집중이 안된다. 이게 뇌에 안 좋다던데. 뇌는 버리고, 덕분에 시간은 매우 잘 갔다. 새벽 6시 10분에 집을 나섰다. 어제 투석시간이 짧아서 오늘 더 길게 해야 한다.




이틀연속으로 투석을 한다는 건 정말 지치는 일이다. 집에 올 때는 다리가 후달거린다. 게다가 오늘은 지혈이 제대로 되질 않아서 지혈대 사이로 피가 몇 번이나 줄줄 샜는지 모른다. 제기랄. 이 피를 보충하려면 오늘 소고기를 먹어야 하나? 생각하며 겨우 귀가했다.

모두 출근하고 텅 빈 집. 거실 테이블에 메모가 있다. '빨래는 피죤만 하면 됩니다.' 이거 나보고 빨래하란 소리지? 


코로나에 걸려서 내가 나를 방에 가두고 있을 때도, 그렇게 딸은 내 방문을 열어젖혔다. 딸이 첫 번째 코로나에 걸린 것은 코로나에 걸린 아들 방에 밥상을 들고 들어가고, 체온을 재주러 들어가는 일을 반복한 탓이었다. 그리고 이번 여름에 1년 만에 두 번째 코로나에 걸렸었고, 이번에 세 번째로 걸리고 싶어서 저러는가 속이 탔다.

문 닫으라고 목을 쥐어짜서 야단을 쳤다. 몇 번이고 그런 일이 반복됐다. 아이고 두야. 왜 그렇게 엄마 말을 안 듣는 거니. 나를 쉬게 내버려 두질 않는구나. 온몸이 아플 때도, 딸이 부탁하는 인터넷 쇼핑해주었다. 온갖 부탁을 카톡으로 다 보내는 딸을 차단할까 2초쯤 고민도 했다.


그러더니 오늘은 이제 이쯤 하면 정연엄마가 살아났겠거니 싶어서, 빨래하라고 쪽지를 해놓고 출근했단 말이야? 이런 괘씸한지고. 그 길로 빨래에 향기를 입혀 헹굼 코스로 돌렸다.

그동안에 딸이 신나게 드러누워 티브이를 봤음직한 망이 된 거실을 정리하며 비질했다. 역시 내가 청소하지 않으면 이렇구나. 엄마에게는 아플 권리도 없는 것이야.


애벌설거지해서 예솔이도 가동해야 되... 는데. 또 잠에 빠졌다. 일찍 퇴근한 아들이 혼자서 지지고 볶아 저녁을 먹더니, 한가득 쌓여있는 설거지를 다 해주었다. 아들은 예솔이를 두려워해서 무조건 수동 설거지를 고집한다.  


오늘 투석 중에 처음으로 목소리가 나왔고, 집에 올 때는 목젖대신 쇠구슬을 달고 있는 것 같더니 지금은 목소리가 엄청 많이 돌아왔다. 누워있는 것을 그만두고, 오늘 밤에는 줌강의를 들은 덕분인 것 같다.


아직 자료를 하나 더 읽어야 하고, 세탁해 놓은 내 빨래를 널어야 한다. 그동안 격리생활했던 방을 치워서 나온 쓰레기도 깔끔하게 분리하고 세척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도 이토록이나 몸이 가벼울 수 있다니. 사실은 더 오래 편안히 누워서 생활하고 싶었지만, 왜 그런 농담도 있지 않은가. 죽으면 쉴 수 있어요. 지금은 쉴 때가 아닌가 봐. 어쩔 수 없이 또 걸어가야만 하는 문간방 정연엄마의 조금은 애처로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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