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 2023년 10월 27일 금요일
노트북 켜서 아주 잠깐 할 일을 한 거 외에는 또 병원 다녀와서 하루종일 잤다. 오늘부터는 본래의 자리에서 투석치료를 받았다.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이 연체되었다. 이틀이 지났으니 오늘은 꼭 가야지.
역에서 좀 걸어야 하는 터라, 이전에는 엄두가 안 났지만 이제는 괜찮겠지 생각했던 건 경기도 오산이었다. 가다가 쪼그려 앉기를 몇 번, 겨우 책을 돌려드리고 도서관을 나왔는데 날이 덥다. 이럴 때 돈 쓰려고 버는 거지 싶어 카카오 택시를 불러두고, 코드를 벗어서 끌어안고 또 쪼그려 앉았다. 뜨거운 해를 받으며 몇 분 앉아 있었더니 택시가 왔다. 에어컨이 켜져 있어서 시원했다. 어제저녁에는 비 우박이 내리더니 오늘은 또 여름이라니 날씨도 맛이 갔구먼.
집에 도착하자마자 기진맥진해서 옷만 벗어두고 또 잠이 들었다. 그러다 깨어난 것이 서너 시쯤, 잠깐 정신 차리고 노트북으로 할 일을 하고, 소중한 이가 전화를 걸어와서 잠깐 이야기도 하고 먹고 싶었던 죽도 먹었다. 그러고 또 잠들었다. 신생아나 다름없다. 이제 마지막 휴식이니까 몸이 알아서 스스로를 보호하느라고 자꾸 잠으로 빠져들게 하는가 보다. 폰을 쥐기가 무섭게 떨어뜨리고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잠든 사이, 전화가 와 있고 사진이 도착해 있었다. 소중한 동생 나무가 쌍둥이 아가를 낳아서 나에게 기별을 넣은 것이다. 아기를 낳자마자 사진을 받은 건 태어나 두 번째 있는 일. 첫 번째는 진진이었다. 그리고 오늘 싱그런 동생 나무. 아마 이런 귀한 경험은 앞으로 다시는 없겠지. 출산하고도 이렇게 나에게 새 얼굴을 인사시켜 주는 마음씀이라니, 깊은 우정이라니. 오늘 오후 또 세상에 샛별이 왔다. 그리고 골골거리며 하루종일 숙면한 이정연은, 그저 이 밤을 또 숙면으로 보내는 수밖에. 내일부터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