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 2023년 11월 4일 토요일
정말 파도처럼 많은 일들이 몰려오고 있는 요즘. 일만 몰려오면 좋은데, 코로나 후유증도 밀려오는터라 몸도 머리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뱃멀미를 하듯 휘청이는 청춘, 이정연.
해야 할 일도 많고, 생각해야 할 일도 많은데 몸이 따라주질 않아 또 와식생활 중이다. 무서운 것이 또 누웠다 하면 어느새 코를 골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정말 심한 감기로 양호실에 드러누워서 푹 잔 적이 있다. 정말 백의의 천사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분이 양호실에 계셨었다. 피부도 하얗고,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하니 곱고 선한 분이어서 마음으로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푹 자고 일어난 내게, 선생님이 웃음에 곤란함을 아주 조금 섞어서 조곤조곤 말씀하셨다.
"정연아, 네가 고를 너무 크게 골아서 선생님이 업무를 제대로 못 봤어. 선생님이 이 양호실에서 들은 중 가장 큰 코골이였어."
20년도 더 된 일인데도, 지금도 자주 떠오르는 기억. 좋아하는 양호 선생님을 괴롭힌 기차 화통 같은 나의 코골이! 그래서 병원에서도 종종 내가 코를 골지는 않는지 여쭤보곤 한다. 아직 병원에서는 코를 골지 않은 모양이지만, 요즘 나는 선잠에 들었다가도 나의 코 고는 소리에 자주 깬다. 몹쓸 코로나 같으니라고.
이런 연유로 요즘 대체로 몸에게 져주고 있다. 누웠다 하면 또 30분, 1시간. 아주 우습게 낮잠을 자고, 저녁에 누우면 저녁에 누운 대로 또 금방 30분을 존다. 기가 막힌 건, 낮에 내내 자서 되려 밤에는 잠이 안 온다는 것.
설거지도, 청소도, 빨래도 아주 가끔만 한다. 집에 딸이 없을 때, 아니면 나의 문간방 청소 정도만. 빨래는 딸이 해주겠다고 했으나, 내가 거절했다. 나는 나만의 방식이 있어서 남이 해주는 빨래에는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빨래는 몰아서 한 두 번 정도 한 것 같다. 집안일에 눈 감고 그냥 드러누워 있으니, 딸이 나름대로 집안일을 하더라. 물론 정연엄마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이제 좀 눈을 감아야 한다.
계속 잠에 빠져 있느라, 또 누워 있느라 하지 못한 중요한 일들을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 나에게 몰려오는 파도 같은 일들 속에서 즐겁게 파도타기 하는 마음으로 중요한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단정한 원고지를 또다시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