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개구쟁이 같은 M부장님의 얼굴이 어두워 보였다. 인사를 나누고, 오늘 날씨가 너무 춥다고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말씀하신다.
"수요일에 모임에서 만났는데, 어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부장님과는 띠동갑인, 모임을 함께 하는 62세의 형님이 어제 갑작스레 돌아가셨단다. UDT 출신의 아주 강인한 분이었다고. 띠동갑이라는 교집합 때문에 서로 더욱 각별하셨던 것 같다.
믿기지가 않는다고 슬픈 눈으로 말씀을 이어가시는데, 내가 눈물이 났다.
코끝이 너무 찡해서 매울 정도로 아팠다. 아마 자제분들이 나와 또래이겠거니 생각하고 여쭤보았더니 아드님만 둘이시라 한다. 부모님과의 관계가 어떠하든 살아계신 것과 돌아가셔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를지, 잠깐 상상해 봤다.
우리들 죽고 사는 일이 서로 멀리 있지 않다. 어쩌면 생과 사는 빛과 그에 오묘하게 따라붙어있는 그림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건강하다고 해서 영원히 살 수 없고, 몸이 좀 아프다고 해서 내일 당장 죽는 것도 아니다. 정말로 생과 사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분을 생각하며 울었다. 적어도 이 정도 마음은 가지고, 세상과 타인을 향한 촉촉한 연민 정도는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적어도 내가 아직 이 정도는 되는 사람이라 다행이라고 여기며 그분의 명복을 빌었다.
어디가 삶의 끝인지 알 수 없기에, 더욱 겸허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시간 동안에 더욱 즐겁게, 하고픈 일들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내게 주어진 책임들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조금 더 다정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상하게, 자꾸만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