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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아이러니.

by 이정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수요일. 오전 11시가 되었을까. 작은 수군거림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이선균 죽었대."


한때 참 많이 좋아했던 오빠다. 드라마를 보아도, 어린 시절 만화책을 읽어도 나는 늘 남자주인공이 아닌 소위 서브 남주라고 하는 그들에게 끌리곤 했다. 갓 데뷔한 이후로 쭉 공유의 팬이었지만, 커피프린스에서는 이선균을 좋아했다. 남자어른의 향기가 물씬 나는 그가 그렇게 멋있었다. 선한 인상에 적당히 큰 키, 지나치게 멋있는 목소리.

나중에는 대학로 전지현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내를 그토록이나 쫓아다녔다는 그 이야기조차도 멋있었다.

순정이 있는 남자처럼 보였다.


그런 그가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최고의 배우라는 수식어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높이 올라간 그가 낯설었고, 그의 안 좋은 뉴스가 터졌을 때도 낯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와 어울리지 않는 사건이라 좀 이상했다.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그의 아내가 겪을 마음의 고통에 대해 생각했다.

사건 이전에 바로 그의 아내가 주인공으로 나온 드라마를 막 재미있게 본 참이어서 더 안타깝기도 했다. 그러나 관심 가지지 않기로 했다. 그게 고통받는 그의 아내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른이 될수록 남의 일에 그다지 열을 올리지 않게 되기도 하니까.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어떤 잘못을 했든지 간에, 우리가 모두 한때 좋아했던 오빠가 아닌가. 그리고 나는 그의 일을 지극히 그의 개인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대해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이런 글을 쓰는 것도 그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지만... 그저 이제는 떠나간 그의 평안을 빌어주고 싶다.


12월 27일. 그의 사망일로 기록될 날, 나는 태어났다. 나의 서른#번째 생일이었다. 누군가가 태어난 순간, 누군가는 떠나고. 생의 아이러니란 이런 것이겠지.

그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죽음 앞에 마음이 무거워 하루의 많은 순간 우울했다.


나의 생과 그의 몰이 만나는 12월 27일. 그저 그에게 인사하고 싶다. 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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